속담에 이런말이 있다. "모르는게 약이다"
이번 산행이 아마도 이 속담이 제법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명제적 논리라는 사실을 알게해준 좋은 교훈답이지 싶다.
보이는게 없다.
날씨가 흐렸으니 말이다.
올라갈 봉우리 그리고 지나야할 봉우리들이 죄다 구름속에 가리워져 내몰라 하고 있었으니 그랬을것이다.
만일 처음부터 올라야 할 봉우리들의 대략난감하고도 봉두송곳 수준의 실루엣을 목격했다면 시작부터 또는 산행 내내 기가 질렸을지도 모를일이다.
천문사 출입문 뒤로 저멀리 안개에 살짝 가린 봉우리가 옹강산이다.
몇번이나 도전했지만 올라보지 못했던 전력이 있다. 첫번째는 억수같이 비가 오는날 정상까지 올라가 마루금을 잡지 못하고
내리막으로 치달아 하산해 버린 전력이 있고
두번째는 컨디션 난조로 시작부터 그만했던 기억이 있으며 세번째는 비가 억수로 오는날 초장부터 때리치우고 그만했던 추억이 있고보면
이래저래 옹강산은 나하고 산연이 맞지 않을상 싶다. 그래서인가 아예 꼬리 내리고 가보고 싶지도 않은 징글맞은 산이다.
잘못하면 부엉이바위로 돌변할 만큼의 아찔한 꼭디만디 절벽이다.
여기가 어딘지는 사실 모르겠고 하여튼 땀좀 날라하니까 쉬었던곳이다.
조은산님 엔드 장산님 글구 화면에 없지만 제이제이님이 함께했다. 소위 산짐승 되겠다.
간식차 머물렀다. 구름에 가리니 어디로 진행해야 할지 모를 난감한 장소다. 총 4군데 길이 나져 있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안그럼 알바다.
어찌 하다보니 상운산이다. 얼마나 걸었는지 모를정도로 산행에
몰입했을 시간이였다.
하여튼 땀좀 빼고 나니 상운산이더라
예전 서마지기하고 이짝 골짝에서 다소 헤맸던 기억이 나온다.
그때도 비가 억수같이 내리 붓는 날이였는데 학심이골 들어갈라꼬
용천지랄을 했던 기억이 솔솔난다.
그때 안가길 천만다행이다.
빗길에 갔으면 절단날 코스란건 그해 가을에 알게되었다.
길을 모르니 용감할 수 밖에 없을일이다.
요즘은 길을 모르면 잘안간다.
쌀바위 가는 임도길이다. 이길은 운문령까지 나져있는데
차량이 소통할 정도다.
임도길 따라 국수나무가 절정이다.
쌀바위 매점에서 키우는 백구 한마리가 늘씬한 자태를 자랑하고있다.
S곡선 자태고와 나빌스럽다. 저놈 올여름 잘넘길지 의문스럽다. 끈내끼 없을때 산으로 토끼는게 조을낀데 말이다.
쌀바위도 안개에 싸였다. 구름이라기 보다는 안개쪽에 가깝다고 해야할 정도로 옅은 망사 같은 운무다.
쌀바위 샘터가 예전 같지가 않다. 쫄쫄 흘러나오는 모양새가 영 갓난아기 오줌세다.
가뭄에도 항시 콸콸 쏫아지던 그때의 수량이 아닐지니 산속에 머금은 물의 양도 세월과 함께 소멸해 가는 모양이다.
흔히 산거울(가는그늘사초)이라 부른다. 이보다 잎이 굵은건 걍 그늘사초라 부른다.
단숨에(?) 치달아 가지산에 도착한다. 아마도 여기 온 횟수를 숫자로 세어보면 딱 10번 이상은 될법하다.
그런데 무슨 건수로 여길 그리 많이 왔는지 도통 기억이 없다. 하여튼 제법 왔기는 왔는가 보다.
정상석 넘어 매점 옆길로 난 '쌀바위길 아님' 이라고 작은 푯말이 있다. 푯말이 아니라도 대충 그기가 가지산 북릉길이라는건 감잡고 갈일이다.
운문산 가는길도 운무에 싸였다.
중간에 좀 쉬었다. 경치가 너무 조아 제이님이 뭐라고 한것 같다.
그때 존산님이 아마도 이랬을상 싶다.
"오줌 눌때 말걸지 마라."
하여튼 걷다보니 가지산 북릉이란다. 봉우리도 가파르고 또 내려갈때 직선으로 내리꼽는다.
길이 점차로 험해지기 시작한다.
경치가 조타 운무에 싸여 뭐가 보이나 하겠지만
산이 꼭 잘보여야만 경치가 조은건 아닌탓이다.
운무 뒤로 펼쳐진 세상이 어떨지 상상 해보는것도 때론 괘변적 철학에 넘길일이다.
저기 저 뒤에 UFO기지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를일이다.
한눈에 딱 봐도 학소대다. 여기 전망 바위까정 올때까정 알바 두서너번 한것 같다.
모두 학심이골이나 심심이골로 빠지는 길들이 봉두난발 얽혀있기 때문이다.
내가 좀 알바했다고 선두에 선 동료를 욕할일은 아니다.
등산이야 원래 그럴 개연성이 높은 특성을 가진 스포츠가 아니든가
물른 지피에스란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자가 혹 그러한 행위를 반복적으로 했을경우는 예외로 하자
길도 험해서 바위나 암벽구간 그리고 경사도가 매우 가파른 내리막길을 치고 내려오는데 제법 정신없이 하산했던 구간이다.
한장 박아봤다. 어딘지 모른다.
또 박아봤다. 역시 어딘지는 모르겠다.
어깨길이 만큼 다리를 벌리고
양손을 허리위로 올린뒤
시선은 오만한듯 지으며 입가에는 썩소를 살짝 머금는게 똥폼의 정석이라 하겠다.
가지산 북릉 이후 산세가 험해 카메라 들이댈 틈이 없었다.
학심이골 합수후 홀딱벗고 계곡속에 들어가
수질오염을 유발시켜 본다.
역시 여름나절 산행은 이맛에 하는거 아니겠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절대 시비걸지 말자
합수부에서 배넘이재에서 천문사까지는 약30분 정도가 걸린다.
대충 산행시간은 8시간 30분 정도 걸렸고 거리는 14키로 정도 될상 싶다.
하지만 산세가 좀 험하고 지리산 수준에 비견될 정도이니 키로수에 비해 체력소모는 좀 되는편이다. 이점 감안해야 할것이다.
평소 짧고 굵게 사는 인생을 금과옥조를 삼는 사람들에겐 이코스 강추하는 바이다.
한마디로 짧고 굵게 갔다올 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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