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기/지리산행기

지리산에서 뭐했는데 ?

by 구상나무향기 2009. 7. 1.
728x90

 

 


 

지리산!
아마 그이름만 들어도 설레이고 가슴 한쪽 구석에서 뭔가 모를
울분(?)이 올라온다면 필경 그사람 머리속 반은 지리산에 미쳐있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왜 ? 이유없이 그렇다면 좀 맛이 가있는거 아니겠는가..




당신에게 가을여행 하면 뜨올려지는 테마가 있는가 ?
가을하면 역시 단풍과 억새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풍경이다.




물른 쓸쓸함, 고즈늑함 뭐 떨어지는 낙엽의 애처로움 등등
이런것도 있겠지만
사실 이러한 테마들이 낼모레 어디 갈사람 마냥 좀 궁상맞지 않는가..

가을은 역시 울긋불긋 단풍의 향연을 목도 하는게 최고일듯 싶다.




'그기서 그기다 가봐야 같다..'

소위 산전수전 겪은 경험자들의 공통된 의견들이 토해지는 이시기이고 보면
사실 또 그렇케 갈때가 많은곳 또한 없는게 대한민국 좁은 땅덩어리 아니든가

그렇다고 경험자들의 넋살 좋은 푸념속에 뜬금없이 동의하여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기에는 뭔가 아쉬운 시기다.




아마 내머리를 잘라 뇌속을 분석해보면 지리산이 절반은 차지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을것이다.

그렇치 않고 지리산을 이렇케 갈구하고 염원할 수는 없을듯싶다.

올해도 역시 가을이 왔다.
울긋불긋 단풍의 색채는 그렇케 어김없이 지리산을 물들이고 있는데
그 좋은 시기에 지리산을 떠나 다른곳을 찾아 간다는건

그다지 좋은 머리굴림은 아닐것이다.
단순 정신세계로 일통되어 있는 본인이다.

일단
지리산으로 발걸음 해본다.




지리산에는 수많은 코스가 있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좋을까 ?

지리산의 거대한 지도앞에
비단 이러한 고민을 해보지 않을 사람은 없을것이다.

하지만 지리산에 넘나든지 수년쯤 되고 보면 그따위 고민은 사실 의미도 없다.
이시기면 딱 가야할 장소가 있다.

지리꾼들이라면 각자 서로 다른 들머리에 올라온다 하더라도
이시기면 거의 같은 장소에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장소가 있다.

본인 역시 해마다 이시기면 찾아가는 코스다.
벌써 수년째다.

어디라고 ?
가르쳐 줄까 ? 이거 비밀인데..




좋다..내 당신에게만 알려준다.

다른 사람 한테는 절대 비밀이다.
사람들 너무 찾아와서 피곤하다.

이계절 가장 좋을 대한민국 숨은 명장소

가장 많은 산꾼들이 찾을려고 애쓰는 꿈의 장소

한번 가면 두번가고 두번가면 세번가는 장소

그곳은

바로...




천왕봉이다....

제발 이의가 없기를 바란다.




해마다 10월 초순과 중순경이면 이곳에서
피어나는 단풍을 아득한 원경감으로 즐기는 묘미는
하루종일 입을 헤벌레 하게 해준다. 

계속 보다보면 침도 고이고 눈도 풀리는 증세도 발생한다.
쉽게 말해 미친놈 마냥 그렇케 멍해지는 장소 되겠다.




뭐 ... 아니라고..?
좀 과장대이 표현된게 아닌상 싶어도

믿고 살자..그러니까 당신이 그리 사는거다.




발걸음이 가볍다면
천왕봉에서 침좀 흘리고 중봉을 넘어 써리봉으로 가보자
그리고 치밭목 산장에서 일박을 한다면

아마도 가을 여행에 있어 최고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절호의 명소라 우겨본다....

사실
우기는데 돈드는거 아니다.



<저멀리 치밭목이 아득하다>

심리가 고약해서 꼭 좋은길 놔두고 험한길 찾아가는 사람들 있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사실 지리산에 미치다 보면 정신세계에 좀 맛이 간다.

꼭 험한길 골라간다. 좋은길은 쳐다도 안본다.
8차선 고속도로 피해 꼭 1차선 비포장길을 고집하는 아둔한 머리다.




천왕봉을 찾아가는 길도 여러갈래인데 그중 본인은
조금 힘든 여정을 택해 보았다.

짐승도 가고 사람도 가고 하는 '그냥 그런길'로 가봤다.
어딘지는 묻지말자

대충 찾아보면 다 나온다. 구태여 소문내서 뭐하겠나
소위
'그냥 그런길'은 지리산에 널려있으니 잘찾아보자




물른 곰과 조우 한다든지 또는 제복 입은 사람을 만난다면
꼭 반가이 인사하길 바란다.

멸종위기종을 대면하니 그 희귀적 조우에 대한 경외감이나
제복 입은 사람을 만나 대한민국 조세 징수에
한몫 단단히 하게 되었으니 그또한 좋은일이 아니겠는가..

좋은일은 꼭 그렇케 뜬금없이 다가오는 법이다...




쎄가 적당히 늘어질쯤 중봉에 올랐다.

해가 저짝 반야봉에서 막 떨어지고 있을 시기에  올랐으니
아마도 가장 좋은 시간에 그리고 그시간에 가있어야 할
가장 적절한 장소에 있었든게 아닌가 싶다.




울긋불긋 단풍 색감 보다 더짙은 등산복으로 물들어가는
천왕봉을 오른건 그 다음날 오전 늦은 시간이였다.

느즈막히 여유있게 올랐더니 다리가 오히려 더아프다.

역시 지리산은 땀을 뻘뻘 흘려가매 죽을똥 살똥 모르게
오르고 올라야 제맛인데 말이다.

뭐 또 이말에 동의 안할 사람 많을것이다.




하지만
사실 좋은길 가는거 보다야 짐승길로 들어가는게
카타르시스적인 측면이나 엔돌핀 분비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물른 경외적 조우에 대한 설레감이나 내한몸 희생하여
국부에 이바지 했다는 자부심은 덤이다.




어째거나 저째거나
가을을 떠나 겨울에 취해가는 지리산에 올라

하염없이 흘러가는 세월감을 맛보기도 하고
또한 그속에서 서럽기만 한 인생살이도 토해놓고
또 머리속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잊혀져 가는 감성도 꺼집어 놓고

그렇케 가을을 고뇌하며
가을을 사색하며
가을을 추억하며

그렇케 지리산을 사모한 시간은
어느듯 속절없이 흘러가기만 한다.

도끼자루 서너개 썩어나가도 모를시간이다.




지리산은 늘상 그기 그장소에 있다.
또 해마다 단풍이 든다.

그런데 이상하다.

해마다 찾아가도 다 다르다.




비가오거나
맑거나

또는 단풍이 짙거나 옅거나
그장소 그대로지만 느낌은 항상 달랐다.

정신세계 멍한 사람 느낀 감정이야 늘상 같다고
하겠지만

지리산은 그렇다.




홈바위교를 지나 칼바위로 내려가는 길에서도
단풍의 짙은 색채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끝까지 늘어지는 지리산의 지루하고도 엔돌핀적인
만남은 일상 생활의 복귀를 좀더 늦추고픈 마음과
상통한다.

자연히 발걸음은 느려지고 텃세 좋은곳을 만나면
퍼질러 앉아 마냥 즐겨보고만 싶다.




지리산!
이번주는 도끼 서너개 쥐고
계곡으로 가봐야 겠다.


 

2008년 10월 지리산 산행기입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