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17일 그때를 기억하시나요...중봉골하산 장면>
2004년 1월 네명이서 지리산 중봉골로 하산할떄의 사진 장면이다.
지금도 이름이 쟁쟁한 인물들과 함께 중산리에서 장터목으로 올라
천왕봉에서 중봉골로 하산했을때이다. 그날 눈한번 오지게 맞았던 기록이 새롭다.
<2004년 1월 17일..제석봉을 넘어가며>
중봉골을 다시 찾은건 3년만이었다. 이번에는 오름질을 하기 위해 중봉골을
찾았는데 내려오는것 보다 올라가는 길을 가다듬는게 더욱더 힘들었다.
길은 보이지 않았고 눈에 덮힌길을 감으로 잡아 천왕봉과 중봉 그 중간을
뚫고 오르기 시작하였다. 표지기는 간간히 보여 길을 찾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중봉샘 근처에서 정체모를 표지기에 홀려 그만 천왕봉으로 뚫고가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이계절 절대 하면 안되는 산행을 멋도 모르고 해버린것이다.
말이 천왕봉이지 지금같은 눈길과 빙판길에 갂아지른 절벽을 치고 오른다고 생각해보라
시껍하고 또 시껍할 사항이다.
<5시간 반만에 등산로 합류>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억지로 러셀하며 불과 100m 전진에 한시간 이상을 소요하였다.
기력 탈진 직전에 잡목과 싸워가며 절벽을 돌아돌아 중봉쪽 방향으로 뚫고 나올 수 있었다.
때론 눈이 허벅지까지 쌓여 네발로 기어갈 정도였는데 이른계절에 눈구경은 실컨 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사람 죽이는 산행 그자체였다. 그 정체불명의 표지기 때문에 이토록 고생할줄은 몰랐다.
중봉골에 대한 미련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었다. 그때 그날 얼마나 많은 눈을 뒤집어 쓰며
하산했던가...눈에 대한 즐거운 추억이 가득했던 그날이기에 며칠전 눈이 많이 왔다는 뉴스(?)를
듣고 중봉골로 길을 떠나 보기로 하였다.
산행코스: 중산리-자연학습원-중봉골-천왕봉-법계사-중산리
산행시간: 07:00 중산리 - 12:30 중봉-천왕봉간 등산로 합류 - 16:00 중산리 (총 9시간)
<중봉골 입구, 순두류 코스 초입에 있다>
터벅터벅 시멘트길을 걸어 자연학습원에 도착하여 천왕봉 하늘을 조망해본다.
하늘은 파랗고 선명하다. 구름은 고사하고 띠끌조차 찾아보기 힘들정도의 맑은 하늘이였다.
물른 이 푸른하늘은 5시간을 넘지 못하고 시커먼 눈구름으로 덮혀 버리고 말았다.
초입부터 중간까지 눈은 거의 없는 수준이였다. 길은 좋았고 뚜렸했다.
2시간 정도는 가벼운 산행길이였다.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맑고 청명하기만 하였다.
전날 내린눈은 모두 녹고 눈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2시간 이상 고도를 높히자 풍경은 바뀌기 시작한다.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쌓여있고 길은 더욱더 희미해진다.
표지기을 찾고 눈이 덮힌 희미한 등산로를 이리저리 찾아가며
전진한다. 다소 애로사항은 있지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중턱 이상에 도달하니 자그만한 빙벽하나가 소담스럽게 다가온다.
고드름을 따서 입에 물고서는 그렇케 치기어린 모습도 연출해본다.
그저 즐거운 어느날의 산행이기만 하다.
고도가 점차로 높아가자 오름질도 그에 따라 더욱더 심해진다.
눈은 더욱더 쌓여가고 심장 박동수는 그에 따라 높아지기만 하다.
왼쪽으로 천왕봉이 다가오고 오른쪽으로는 써레봉의 위상이 높기만 하다.
써레봉이 그대로 드러난다. 중봉의 모습도 손이 잡힐듯 그렇케 다가오기
시작한다. 중산리가 이제는 아득히 멀어져 보인다. 언제 이렇케 올라왔나
싶을 정도이다.
<중봉골에서 바라본 써레봉능선>
중봉샘 가까이 왔을때부터 길은 더욱더 희미해진다. 눈에 덮힌 길은 찾기가
어려웠지만 몇개의 표지기가 그길을 대신 알려주고 있었다.
표지기 방향을 따라서 길을 찾아가지만 방향은 중봉샘이 아닌 천왕봉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느정도 싯점에 오자 중봉샘을 놓쳐다는걸 알수 있었다.
특정한 한개의 표지기만 달려있을뿐 다른사람의 표지기는 보이지 않았다.
길은 어려웠고 미끄러웠다.
그표지기는 중봉샘으로 간게 아니라 바로 천왕봉으로 바로 치고 올랐던
사람의 표지기 였을것이다. 아무리 보아도 중봉샘은 이미 멀어진 상태였다.
절벽을 넘고 잡목을 치며 그렇케 전진하지만 이상태로 가다가는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듯싶어 사뭇 긴장되기 시작한다.
좀더 신중하게 지세를 파악하지 못한 실수다. 눈과 얼음으로 덮힌 천왕봉을
오르는건 자살행위다. 그건 겨울이 아닌 다음에야 가능한 일임에야 누군들
모르겠는가...
산세는 천왕봉으로 가면 갈수록 더욱더 극악해진다. 아이젠 아니라 뭘 꼽는다 하더라도
힘든 산행이다. 방향을 무작정 중봉 방향으로 틀며 잡목을 뚫고 다시 헤집고 나아가 본다.
제발 절벽이나 막다른길만 나오지 않기를 빌고 또 빌었다. 만일 절벽이 나온다면
왔던길을 돌아가든지 아님 천왕봉으로 오르든지 해야 할것이다. 왔던길을 내려가거나
아님 천왕봉으로 올라가거나 어느 둘중 쉬운일은 아니다.
천왕봉은 먹구름으로 뒤덮히기 시작한다. 아래의 사진과 같은 산세를 넘어간다는건
거의 자살행위다. 무작정 중봉 방향으로 틀고 러셀을 감안한다. 힘은 더욱더 소요되고
땀은 등허리를 적시고 있었다. 100m도 못갔는데 1시간 이상을 소요하였다.
허벅지 까지 쌓인 눈을 네발로 기어서 겨우 나오니 비로소 등산로를 만난다.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그등산로가 그리 반가울수는 없을것이다. 마스크로 중무장을 하고서는 겨우
한숨을 돌려본다.
중봉샘 들머리보다 훨씬 더멀리가서 천왕봉 바로밑으로 나온것이다.
<이런길을 넘어가라꼬>
10분 정도만 오르니 바로 천왕봉이다.
천왕봉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 도중 먹구름은 이제 완전히 천왕봉을 덮고 만다.
시계는 제로....아침에 그렇케 띠끌하나 없이 맑었던 하늘은 5시간만에 완전 사라지고 말았다.
정말이지 이렇케 흐려질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만큼 아침에 보여주는 하늘은 맑기만 했었다.
<천왕봉에서 똥폼>
애초 계획은 장터목에서 일출봉능선으로 하여 자빠진골로 하산할 계획이였지만
겨울에는 적어도 오후 5시 이전 하산과 무리한 산행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바로 중산리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무리한 산행은 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는 겨울이다. 비지정등산로를 늦은 시간에
산행하는건 결코 옳은 일이 아닐것이다. 또한 심한 러셀탓에 온몸에 진이 빠진 상태이기도 하다.
<법계사 풍경>
애초 계획은 장터목에서 일출봉능선으로 하여 자빠진골로 하산할 계획이였지만
겨울에는 적어도 오후 5시 이전 하산과 무리한 산행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바로 중산리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무리한 산행은 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는 겨울이다. 비지정등산로를 늦은 시간에
산행하는건 결코 옳은 일이 아닐것이다. 또한 심한 러셀탓에 온몸에 진이 빠진 상태이기도 하다.
<칼바위>
이계절 그래도 눈길 제대로 밟을수 있는곳은 지리산 뿐일것이다.
고생은 해도 추억은 오래 남는법
나른한 월요일을 즐기며 또 어디를 넘어 가볼까 머리속은 그생각뿐이다.
물른 그대상은 지리산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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