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智異山)의 뜻을 아는가 ?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하여 지리산(智異山)이라
부른다는 말도 있지만
정확한 어원은 '알智 다를異'로서 '뜻이다르다'라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그건 이성계가 조선 개국의 꿈을 품고 우리나라의 명산을 순례하며 기도를 드렸는데
모든 산신령이 나타나 이성계의 뜻에 동의했는데 유독 지리산 산신령은 이성계의 뜻을
따르지 않았다 한다.
그래서 이성계가 등극후 지이산 즉 뜻을 달리한 산이라는 지명을 붙힌것이다.
<산오이풀>
그 반대인 경우가 바로 남해 금산인데
금산의 원래 이름은 보문산이였다. 지리산 산신령과 더불어 보문산 산신령이 나타나
이성계의 조선개국을 도와주면 뭘 해주겠냐고 하니 이성계가...
비단으로 1년 3백65일 매일 비단으로 입혀주어 백년이고 천년이고 싫다고 할 때까지
입혀 드리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뭐 산을 모두 비단으로 두를수는 없고 해서 개국후
이름을 비단 금자를 써 錦山이라 부르게 한것이다.
천하의 이성계의 러브콜을 무시한 지리산
그만큼 웅장하고 위세의 늠름함은 그어떠한 산의 당당함 보다 뚜렷하다 할것이다.
그러한 지리산을 찾는건 어찌보면 당당한 남성들의 당연한 심리일것이다.
<제석봉에서 바라본 천왕봉>
"지리산 가자"
동료의 채근에 마지못해 지리산의 정보를 이리저리 굴려보지만
실상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은 동료들을 데리고 지리산의 험한 굴곡을
넘나들기란 쉬운일이 아닐터이다.
아무리 고민해도 마땅한 장소가 뜨올려지지 않다가
선뜻 한가지 생각을 해본다.
바로 지리산 종주이다. 물른 산행 초보들을 처음부터 지리산 종주부터
경험시키는 일은 그다지 적절하지 못하다는건 누구나 안다.
그후유증은 실로 난감할 정도의 수준이라는걸 알기 때문에 쉽게 권유하지
못하는 탓이다. 해본 사람들은 알것이다. 그것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님을 말이다.
그기에 한술더떠 비박장비까지 챙겨야 하는 부담감은 덤이다.
비박 한번 해보지 못한 초보 산꾼 둘을 데리고 가야할 지리산 종주...
그건 생각조차 하기싫은 귀찮은 시도일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지리산 종주를 5회 정도 경험 한바 있으나 어느계절 어느때라도
그행위는 결코 쉬운일이 아님을 익히 알고있다. 그래서 더욱더 신중했지만
내린 결론은
"부딛혀 보자"였다.
사실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실천궁행이라 하였다. 말로 천번을 한들 한번의 실행보다 못함이다.
<천왕봉 가기전>
지리산 종주는 그러한 나태함과 권태로움을 깨고 조율된 계획이라 보면 되겠다.
사람의 인내는 겉보기와 다르다.
그걸 가장 크게 느낄때가 바로 산행이라는 스포츠 행위에서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평소에 골골하던 사람도 산에 와서 힘을 쓰기 시작하면 놀랍게도 예상을 뒤업고 선전(?)할
경우도 많다. 새로운 에너지가 산에 오면 축적되기 때문이라 그리 생각할 나름이지만
어째튼 신성한 자연의 에너지가 사람의 육체와 의지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임은 분명하다.
높고 깊은 산속에서 자연의 정기를 덤뿍 받는다면 필경 그의지는 배로 강하게 될것이다.
그래서 예상을 깨고 못할것 같은 사람도 완주를 하고 또 의지박약 이라 소릴 듣는 사람도
함께 종주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여긴다. 난 이러한 지리산의 힘을 믿었다. 그래서 가감하게
지리산 종주라고 외쳐본것이다.
자! 지리산 종주...이제 남의 애기가 아니다.
바로 당신의 이야기가 될수 있음을 충분히 약속하는 바이다.
나와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 보자...
<여기가 어디더라?>
지리산 성삼재에 3명의 뜻하지 않는 인물들이 도열한 시간은 오전 7시30분이다.
오늘 가야할 거리가 만만치 않음을 세명의 결의에 찬 얼굴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을것이다.
계획은 세석평전이지만 사정이 여의치 못한다면 선비샘에서 비박할것이다.
개인적으로 세석평전까지 진도가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물른 이계획은 실현되지 못했지만 충분한 의지의 걸음을 확인한 하루였음을 인정한다.
힘들고 어려움 걸음이였다.
<세명의 도전자>
약 8시경 노고단에 도착해서 천왕봉의 아득함과 반야봉의 웅장함을
느끼는 시간이다. 코앞의 반야봉이라 할지라도 실제 시간은 2시간을
꼬빡 걸어야만 한다.
실제 지리산 종주는 노고단고개에서 천왕봉까지의 거리이다. 그거리는 말이 많지만
공단 직원의 실측거리로 25.5km임이 밝혀졌다. 물른 단정지어 믿을껀 못된다.
하지만 뭐 별도로 확인할 근거가 없는 바에야 믿음은 안가지만 믿을 수 밖에 없을터이다.
못믿어우면 본인이 직접 재어보면 알것이 아니겠는가. 어찌되었던 지금 25.5km가 종주의 거리다.
등하산 코스를 합치면 약 30km의 들숙날숙한 굽은 산길을 걸어간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종주의 시작점 노고단고개>
돼지가 많이 살았다는 돼지평전을 지나 임걸령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30분이었다.
노고단고개에서 약 2시간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예정 시간 보다 30분이 지체되었다.
물른 이러한 지체시간은 계속해서 증가되어 실제 게획되었던 세석평전보다
선비샘에 눌러앉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생각보다 쉽게 나아가지 못한탓이다.
폭염과 땡볕이 그리 녹록한 종주의 여건을 주지 못함이였다. 또한 비박을 짊어진 짐도 무거웠다.
종주에서 첫번째 코스이자 가장 물맛이 좋다는 임걸령에서 시원하게 목을 축인다.
지리산 종주 구간구간 대피소와 샘터가 나오기 때문에 물걱정은 그다지 할필요가 없다.
약 2시간 간격으로 물보충을 할수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러한 산은 거의 드물것이다
<임걸령>
숨가쁘게 넘어가는 지리산의 구비구비 마루금들의 절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폭염과 땡볕이 주는 가혹한 인내심의 시간들이기에 길게 혀를 내어 놓으며
저절로 체온 조절을 하게 만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는가 몸상태도 좋아야 절경도 절경으로 다가올 것이지만
지금은 실신 직전이다. 눈에 뵈는게 없다.
<지루한 550계단>
노고단은 계속해서 뒤로 밀려난다. 구비구비 오르락 내르락 지리산의 마루금은
어느새 쑥 뒤려 밀려나있다. 산이 뒤로 간건지 내가 그만큼 걸어온건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이제는 발걸음도 가볍다.
적응기를 넘은것이다.
일반적으로 산행은 초반 40여분이 가장 힘들며 그후 1-2시간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다가 나중 3시간이 지날때면 피곤함을 느끼때 된다.
사이클이 있는것이다. 그러다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시키면 다시 몇시간 동안은
거떡없이 산행에 몰입할 수 있는것이다. 이건 기초 체력에 의거한다. 만일
이러한 기초 체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비박짐을 지고서는 결코 종주를 할 수없다.
지리산 종주를 할려면 기초체력은 기본되어 있어야 하겠다. 의지만으로는 힘들다.
<노고단이 아득해진다>
화개재를 건너와 토끼봉을 넘어갈때 시간은 오후 1시를 훌쩍 뛰어넘고 있었다.
지리산 종주중 가장 힘들다는 토끼봉을 넘어설때 이미 세석평전에 대한 진도는
의미가 없어졌었다. 허기짐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빨리 연하천에 도착해서 식사를
하고픈 마음뿐이다.
토끼봉을 넘어 연하천 가기전 잘알려지지 않은곳에 총각샘이 있다. 총각샘은
아무나 모른다. 나도 두서너번 넘어가면서 경험자에게서 알아놓은 샘터이다.
최초 이샘을 발견한 사람 두명이 모두 총각이였다는 설에서 이름이 유래한다.
총각샘은 석간수인데 너무 차가워 머리가 다 찌끈거릴 정도이다.
청량감 하나는 확실하다. 하지만 가을이 지나면 수량은 급격히 작아지고
겨울철에는 마실수 없을 정도가 된다.
<뼈속까지 시원한 총각샘>
연하천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엉덩이를 들추고 일어날때 벌써 오후 4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연하천 산장은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였는데 탐방객들에게 좀더 나은 시설을 제공하기
위해 공사를 진행중이다. 연하천 주위로 흐르는 개울이 있는곳에서 취사를 하는데
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손이 시려워 쌀을 씻지 못할 정도이다.
지리산의 물은 그만큼 청량감을 자랑한다. 세상에 폭염 내리쬐는 8월에 손이 시려 후후
불어대며 쌀씻어 보았는가 말이다.
<공사중인 연하천산장>
연하천산장에서 벽소령 대피소까지는 약 2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거리로 따져본다면 뭐 1시간이면 도착될듯 그리 가깝게 다가온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치만 이구간은 절대 만만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2시간 시간도 빠른것이다.
"아직도 저기네"
벽소령이 보일듯 잡일듯 하지만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 하여튼 연하천에서
벽소령을 지나 선비샘 구간까지는 종주 코스중 가장 지루하고 따분한 코스라
보면 되겠다.
사실 시각적 즐거움도 피로를 풀어주는데 상당한 일조를 하는데 꽉막힌 수풀속을
장시간 걷다보면 지루함에 더해 피로가 그만큼 더빨리 스며 든다는걸 알 수 있다.
구간구간 자신의 의지와 체력이 적절하게 유지되어야 종주가 가능하다.
지치고 힘들다고 그대로 주저 앉아버리면 다음날 계획이 힘들기 때문에 끝내는
종주 자체가 무산되기도 한다.
시각이 확보되어 진풍경을 감상하며 걷는길과 꽉막혀 오로지 걷는데만 주력하는
길에서의 체력 소모는 사실 많은 차이를 보인다. 피로도는 단순한 체력에서만
오는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많은 비중을 보인다.
그런식으로 따져본다면 연하천에서 선비샘 구간이 종주 코스중 가장 힘든코스라
할 수 있을것이다.
<저멀리 벽소령이 보인다>
오후 5시 50분에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한다. 이시간이면 세석평전에 도착해야 할 시간이지만
예상보다 약 3시간 늦게 걸어온 셈이다. 벽소령에서 지나쳐 선비샘이 오늘의 비박지로 결정하고
느긋한 걸음으로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했기에 이시간이 가능(?)했다.
이곳에서 숙박할 많은 등산객들로 북적되고 있었는데 어디 한군데 모퉁이에 버티고 비박할
마음도 있지만 그래도 내일 하산을 계획대로 할려면 적어도 선비샘까지는 가줘야 될사항이다.
피곤한 육체는 얼른 휴식을 권유하고 있지만 머리는 다시 걸을것을 채근하기만 한다.
<벽소령대피소>
오후 7시가 훌쩍 넘은 시간 오늘의 비박지 선비샘에 도착한다.
숲속은 어둑어둑해져 땅거미가 짙게 내려 앉은 시간이였다.
일단의 무리들도 이곳에서 비박지를 정했는지 먼저 식사를 하며 담소를
즐기고 있었다.
서둘러 비박 장비를 풀고 저녁 준비를 하는데 선비샘의 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세수 하기도 힘들 정도다. 역시 연하천의 물처럼 너무 차가워 손을 호호 불어 가면서
쌀을 씻어야만 했다. 8월의 폭염에 자켓까지 입고 손이 시려워 호호 부는 사항을
상상해 보았는가.....열대야로 미쳐가는 도심속에서는 상상 불가능하겠지만
지리산에서는 그게 가능한 일이다.
삼겹살과 김치찌게에 그리고 따뜻한 밥한술에 저절로 포만감과 행복감이 밀려온다.
밤하늘에 별들이 어찌그리 총총한지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것만 같은데 동화속
분위기가 따로 없을 정도다.
이런 기분에 산에 오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낭만가가 되는 모양이다.
피곤했던 하루의 피로가 물밑듯이 밀려오니 나근한 육체는 눈을 감자마자 잠속으로
파고든다.
<반야봉이 아득해진다>
기상과 더불어 서둘러 아침을 먹고 출발한 시간이 8시를 넘고 있었다.
오늘의 일정도 하루 풀코스 여정이다. 먼저 점심을 장터목에서 먹기로 하였는데
제대로 도착할지 의문이다.
몸은 전날보다 더 가뿐해지는걸 느낄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풍경은 지금부터 나아지기 시작한다. 답답한 숲속의 풍경들이 하나둘씩 벗겨지면서
지리산의 다양한 모습들을 들숙날숙 절경들을 살짝 살짝 보여준다.
<천왕봉이 저멀리 보인다>
답답한 숲속을 벗어나 시원한 시각적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코스가 바로
선비샘에서 세석평전까지의 구간이다. 선비샘에서 세석평전까지는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이구간만 벗어나면 세석평전에서 천왕봉까지 막힌 구간은 없다.
사실상 종주의 하이라이트 코스라 보면 될것이다.
<풍경은 갈수록 좋아진다>
세석평전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1시를 넘고 있었다. 선비샘에서 약 2시간 40여분
정도가 소요된것이다. 빠른 걸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늦은 걸음도 아니다.
한걸음 한걸음 다가오는 천왕봉의 모습에서 종주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일신우일신같이 한걸음 한걸음이 새롭고 즐거운 시간으로 다가오는 구간이며 종주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제 천왕봉이 손에 잡힐듯 그렇케 다가오기 시작한다. 구름이 요동치며 천왕봉을
휘감다가 다시 사라지곤 번잡한 장난을 피우기 시작한다.
촛대봉에서 연하봉까지는 연하선경이라 하여 지리10경중 하나가 아니든가
아름드리 구상나무들과 그리고 신비스런 고사목들이 보여주는 지리산의 절경은
이곳이 아니면 구경하기가 힘든곳들이다.
지리산에 올라왔기에 볼 수있는 그런 장소들임이 분명하다. 눈에 담고 또 가슴에
담아가며 종주길은 가면 갈수록 천왕봉으로 줄여가고 있었다.
<촛대봉에서 바라본 세석대피소>
일본의 하루야마 시게오라는 의사가 지은 '뇌내혁명' 이란 책에 의하면,
사람이 걸으면 논리적인 연산을 주로 수행하는 좌뇌의 행동이 멈추고
주로 직관적인 우뇌의 활동이 훨씬 활발해져서 묵상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단순하게 걷는 의미 이상의 효과를 주는 등산은 철학적 의미를 떠나서라도
육체적으로도 많이 도움을 준다는 것쯤이야 누구나 알터이지만 이렇케 등산을 하게되면
감상가가 되고 낭만파가 되는건 우뇌의 활동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뇌내혁명에서는 갑작스럽게 많은양의 산소를 필요하는 급격한 운동은
오히려 몸을 버리게 한다고 적고있다.
<연하선경>
사실 무리한 등산은 오히려 몸을 버리게 할 수 있다는 경고다. 두번째 날의 곤역스러움의
오르막은 바로 뇌내혁명에서 말하는 많은양의 산소를 필요로 하는 무리한 운동이라고
정의 될만한 것들이다.
그런데 그걸 상쇄할 수 있는 우뇌의 영향 또한 많이 받는 구간이 바로 이구간들이다.
천왕봉이 바라다 보이는 풍경과 그리고 지리10경중 하나인 연하선경의 멋스러움들은
사실 피곤하지만 피곤하지 않는듯한 느낌을 가지게 만드는 일종의 마취효과를 나타나게
해준다.
바로 이효과다...산에 오면 힘들지만 돌아서면 다시 오게 만드는 힘
일종의 마취효과가 주어지는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고통을 잊고 또다시 산을 찾는것이다.
자연의 에너지들이 고통과 피로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죽어라고 고생하면서도 또다시
산을 찾는 미련스러움의 반복..."이걸 왜 해" 하면서도 또 찾아가는 미련함...그반복 횟수에 따라
면역효과도 커지는것이다.
아마도 하루야마 시게오는 바로 이부분을 간과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는 분명 분석가이지
등산매니아는 아닐듯 싶다. 자연앞에서 과학적인 부분만을 따질수는 없는 노릇이다.
<골짜기가 아득하다>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30분경 이었다. 1시간 30분 만에 도착했으니
그리 늦게 걸은 걸음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선비샘에서 약 5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인파가 몰린 대피소는 말그대로 장터판이다. 길에 줄을서 산희샘에서 물을 뜨고
라면을 끓여 점심을 해결한다
장터목대피소에서 점심을 먹은뒤 베낭을 대피소에 두고 카메라만 들고 천왕봉에
오르기로 하였다. 하산이 백무동 하동바위 코스이기 때문에 다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몸도 마음도 한결 가볍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니 몸이 여간 가뿐한게 아니다.
비박짐이 들어간 배낭의 무게는 사실 만만치 않은 무게다. 그걸 내려 놓으니
거저 걷는 기분이 들정도이다.
<하늘로 통하는 통천문>
제석봉 고사목 지대를 지나 천왕봉으로 가는길은 지금껏 둘러본 여타의 산들과
완전히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국내에서는 이런 풍경을 이곳이 아니면 보기가 힘들것이다.
한라산이라도 이런 풍경은 안나온다.
구상나무로 이루어진 고산지대의 특유의 지형과 산세는 바로 천왕봉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릴감 마저 드는 바위 위에서는 조망은 넋을 잃게 만드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때마침 구름들이 몰려가 더욱더 신비스러움을 더해주는데 하지만 천왕봉까지 구름이
몰려와 중봉과 하봉 방향의 풍경들이 구름속에 숨어버린게 못내 아쉬을 뿐이다.
<천왕봉>
많은 인파로 북적대는 천왕봉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20분경이다.
1박2일의 종주의 종착지이다.
기분은 어땠을까 ?
환희...기쁨...즐거움...뿌듯함 ?
아니다...사실 별로 감흥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건 이곳이 마지막이 아니기 때문이다.
천왕봉은 사실 지리산을 다녀보면 알겠지만 특정 코스의 과정중 하나일 뿐이다.
천왕봉을 지나 중봉과 하봉을 지나 동부능선으로 향할 수 있는데 그곳들에는 수많은
등산로가 존재하며 또한 그곳으로 다니기도 수십번이다.
그럴때도 그곳을 가기위해 천왕봉을 지나간적이 많다. 그렇다면 천왕봉에 왔을떄
종착지라 할 수 있을까 ? 아니다. 그냥 경유지에 불과 할 뿐이다. 물른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랐다는 자부심은 있을것이다.
천왕봉에서 다시 장터목 대피소로 돌아오니 오후 4시가 훌쩍 넘는다. 이곳에서
백무동 하동바위 코스는 약 3시간 거리다. 하지만 빠른 걸음으로 한다면 2시간 정도면
충분히 하산가능하고 신바람나게 내려오면 1시간 30분 정도면 내려 올 수 있는 코스이다.
그만큼 백무동 코스는 여타 지리산의 다른코스에 비하면 길이 좋은편이다. 물른 백무동
코스도 힘들다며 하는 투덜대는 사람도 있지만 그나마 지리산에서 가장 쉬운 코스라 말하면
사실 잘 믿지를 않는다.
다른산들에 비하면 백무동 코스도 사실 매우 힘든 코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리산에서
그보다 더 편한(?)길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다. 지리산의 다른길들은 하산만 거의 3시간 이상을
꼬박 소요 해야만 가능한 길들 뿐이다.
어느정도 시간 간격을 두고 계곡에 숨어들어 즐겁게 멱을 감고 내려오니 오후 6시 50분이였다.
출발하기전 차량을 세워둔 백무동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후 7시가 넘는 시간이다.
<백무동 매표소>
또한번의 지리산 종주를 마쳤다. 특별하게 이거다라는 감흥은 일지 않지만
(뭐 늘상 하는 일이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민망하지만)
그래도 나의 체력과 의지를 또한번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준비와 과정 그리고 결과...어느 한곳이라도 경험이 없다면 그러한 일련의 법칙을
이끌어 내기가 힘들다. 이러한 하나하나의 숨은 의지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또하나의
방법을 찾은건 아닌지 모를일이다.
종주했다고해서 기쁜건 없다. 하지만 앞으로도 더많은 일을 해야 하고 또 더많은 일들을
해내야 할것이다.그래서 한가지 해냈다고 해서 특별히 기뻐야할 이유가 없을터이다
다른거 안해본 사람이라면 기쁠수도 있고 특별한 동기부여가 가능하겠지만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 또하나의 과정을 넘어가면 또 하나의 과정과 의미가
도전자 마냥 넘겨질것이다.
자.....또다른 의미를 새기고 또다른 정신으로 무장해보자
산에가는거....바로 그런뜻을 새기자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천왕봉 동자꽃>
지리산 종주일시: 2007년 8월 18일 08:00 부터 2007년 8월 19일 19:00까지
지리산 종주거리: 노고단에서 천왕봉 25.5km + 등.하산5km = 총30km
종주 인원: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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