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포항영일만울트라마라톤대회 50km 참가

 

 

 

마라톤의 매력은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은

비단 본인의 뇌구조에서만 뜨올려지는 의문 부호는 결코 아닐것이다

 

지금도 주로를 뛰고있거나 또한

일을 하면서도 머리속 어느 한쪽 구석에 주로를 달리고 있을 자신을

계속해서 뜨올리고 있다면

 

필경 그사람은 마라톤의 매력에 푹 빠져있을 개연성이 높을것이다.

 

 

소위 이해하지 못할 사람들은 이렇케 말한다.

 

'그짓을 왜하는데'

'돈주고 사서 고생을 하는 이유가 뭐야'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답변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사실 별로 없을것이다.

 

딱히 짧은 마라톤 경력의 본인이라도 이러한 답변에서

아직까지는 자유롭지 못하다.

 

요새 유행어로

"집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정말이지 마라톤 만큼이나 사서 고생하는 일도 그리 많지는

않을듯 싶다.

 

고생 고생 생고생을  떠나 몸서리 치는 개고생 마저도

행복으로 끌어 안을수 있는 반전의 묘미는 도대체 뭔가 ?

 

희열감과 성취감 그리고 만족감 ?. ..

 

물른 말은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마음속 그리고 머리속 또한 심장속 깊숙히 들어앉은

속내의 심정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토로하지 못할 이유다.

 

 

 

50키로 출전자가 제 아무리 뛰었다 해봐야

100키로 출전자의 입장에서 볼때 자신이 걸어갈길의 반밖에 더되겠는가

 

소위

뛰는자위에 나는자라고 했든가..

 

나는자 입장에서 보면 뛰는자의 입장이 그리 힘들어보이지는 않을터이다.

물른 뛰는놈의 입장에서 볼때는 그것도 쎄가 쏙 빠질 만큼이나 힘든일이겠지만

말이다.

 

 

제 1cp인 17키로 까지는 매우 무난했고

또한 힘들지 않게 수훨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100키로 출전자의 자원봉사겸해서 두리뭉실하게 뭉쳐 뛰었더니

그리 힘들지 않은탓이다.

 

그러나 제2cp인 33.6키로 지점에 도착했을때

너무 여유로웠던 지난날의 시간이 주는 압박감은 헐랭이 주자의 심장을

사뭇 긴장되게 만들었다.

 

남은 거리 17키로....그런데 제한시간은 딱 2시간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놀아도 너무 놀았다.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는법..

본격적인 뜀박질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100키로 주자들을 완주의 염원속에 보낸뒤

홀로 어둠속을 뛰고  또 뛰었다. 어두운 지방도의 한적한 시골길

보이는건 아무것도 없는 칠흑같은 어둠뿐이였다.

 

앞뒤로 주자나 차량도 보이지 않는다. 홀로 나자신만이 덩그러니

12시 늦은밤 산길을 뛰고 있는것이다.

 

짧은 내 마라톤 경력으로 비추어 보더라도

남은 17키로 거리를 2시간안에 뛴다는건 그리 쉬운도전은 아니였다.

 

물른 첫출전이며 또한 아직 42.195이상을 뛰어보지 못한 미경험의 미답지를

속도전으로 뛰어내기란 버거운 현실임은 분명할터이다.

 

다리가 견뎌주는것도 신기했고

심장이 보다 더 뛰어주는것도 신기했다.

 

나에겐 모든게 벅찬 감동이였고 희열이였다.

 

한시간을 가량을 쉬지않고 뛰어 드디어 포항시내로 접어들었을때

자원봉사자에게 물었다.

 

"몇키로 남았습니까" (이물음에서 답변을 약 5키로 정도로 예상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생각보다 싸늘하고 심각했다.

 

"10키로 남았을껄요"

 

도저히 믿을수 없는 답변이였다.

35키로 표지판에서 한시간을 달렸다.

그런데도 아직 10키로가 남았다니 한시간동안 불과 5키로 밖에 뛰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마 자원봉사자들이 몰랐다고 생각했다.

또 뛰었다.

 

두번째 갈림길에서 자원봉사자에게 다급한 심정으로 물었다.

"몇키로 남았습니까"

 

"아마  5-6키로 정도 남았을겁니다"

 

이때가 제한시간 30분을 남겨둔 상태였다.

 

순간 머리속은 제한시간 초과라는 사태에 직면한체

어떻케 해서든 뛰고 뛰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되었다.

 

방법은 한가지 뛰는거 외에는 없었다.

마침 같이 동반하게된 마지막 주자 '황보상훈'씨와 함께

 

정말이지 있는힘을 다해 뛰고 또 뛰었다.

 

뒤의 주자가 묻는다

 

'제한시간내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답은 없었다.

 

"최선을 다해봅시다" 내가 할 수 있는말은 그것뿐이였다.

 

다리도 아프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심장이 고동치는것도

아니였다.

 

머리속 다급함이 몸속에 전달되어 고통이 잠재되었는지도

모를일이다.

 

 

이제 대회장이 보인다.

저 형산강다리만 건너면 운동장이다.

 

"몇분 남았습니까"

 

뒤에 따라오는 주자가 묻는다.

 

"4분 남았네요"

 

형산강다리는 1.1키로 구간이다. (주최측 지도에 그리 나온다)

그다리를 건너기 훨씬 전이니 막판 1키로 이상을 4분안에 뛰어야 되는 사항이였다.

 

지금껏 10키로를 거의 전력으로 뛰어 왔는데 마지막 1키로에

더욱더 가속도를 붙혀야만 하는 사항이였다.

 

"제한시간내에 들어가자" 머리속은 온통 그것뿐이였다.

있는힘을 모두 쏟아 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고

내 짦은 경력중 이렇케까지 열정깊게 뛰어본적은 또 없었다.

 

그리고 또 그렇케 큰희열감을 맛본적도 없었다.

 

"드디어 마지막주자가 들어옵니다.

이분들이 가장 크게 고생했을 분들입니다"라며 외치는 안내자의

멘트속에 대회시계는 6시간 59분 02초를 기록하고 있었다.

 

제한시간 58초를 남겨두고 들어온것이다.

 

 

 

들어오자마자 황보상훈씨와 악수를 나누곤

그대로 큰대자로 뻗어버렸다.

 

그때의 웃음소리 그때의 심장고동소리는

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모를일이다.

 

 

위에 질문했던

 

'사서 고생을 왜하는데'라고

묻는 사람들은 아마도 평생 모를 환희일것이다.

 

 

밤하늘 그렇케 포항 하늘위에 맑게 비추었던

월광소나타의 달빛아래 한동안 멍하게 멍하게 아무런 생각없이

그렇케 누워있고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