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福壽草)는 복과 장수를 빌어주는 우리네 봄의 야생화로서는
가장 대표격입니다.
이미 산야에 잔설이 녹기 전이나 심지어 눈이 펄펄 내리는 시점에도
꽃망울을 활짝 피어 뭇 사람들을 설레게 해주는 토종 야생화입니다.
성급한 개체들이라면
1월이면 이미 개화 소식이 들리고 2월이면 복수초의 집단 군무를
볼 수가 있을 정도랍니다.
그런데
왜 이들은 이렇게 꽃을 빨리 피울까요 ?
그리고 그렇게 꽃을 빨리 피우면 수분을 시켜줄 개체들은
또 어떤 종류일까요 ?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단 이들의 성급한 개화 비밀부터 찾아본다면
가장 간단한 이유로는 바로 생존의 법칙에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가장 빨리 개화하고 결실기를 거쳐 경쟁이 치열한 여름철에는
이미 이들은 숲 속에서 뿌리만 남기곤 모두 사라져
버린답니다.
오래전 부터 유전으로 물려받은 이들의 '조기의 개화'가 바로
식물들의 경쟁으로 부터 더욱 자유롭게 후대에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선택 진화했기 떄문 일겁니다.
자연에게 있어서 궁극의 목표는 '살아남기'입니다.
바로 이 살아남기에 적응하기 위해서 이들은 바로 조기의 개화를
선택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노루귀나 얼레지 같은 무리도 이와 비슷한 범주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듯 싶습니다.
복수초의 꽃차례 모습을 보면 꽃받침이 여러 장의 노란 꽃잎을
마치 안테나 마냥 감싸는 모습입니다.
바로 이 자연의 안테나를 유심히 살펴본다면 복수초의 '조기의 개화'
비밀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듯 싶습니다.
안테나는 하루종일 태양을 따라다니며
햇볕을 받아냅니다. 마치 해바라기와 비슷하지요
특유의 안테나 모양은 오목거울의 역할을 하는데요
이 때문에 꽃 온도는 바깥 기온보다 훨씬 더 높을 수 있습니다.
태양광을 반사시켜서 꽃의 중심 즉 암술 부분에 열을 모은답니다.
이 자연의 안테나 덕분에
암술이 추운 계절에도 보호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복수초로 찾아오는 능에류의 곤충들이 따뜻하게 추운 시기를 견뎌낼 수
있도록 해줍니다.
복수초는 꿀샘이 없어 곤충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꽃이지만
이처럼 따뜻하여서 곤충들을 불러모을 수 있는 겁니다.
꽃등에 종류나 개미류 등은 아주 이른봄에도 움직이는 곤충들입니다.
특히 복수초를 자주 찾아오는 꽃등에 종류들이 깨어 날 때는
아직도 동장군의 기세가 드세운 추운 시기랍니다.
이들의 무리는 복수초에 둘러앉아 추운 몸을 데우며 꽃가루를 즐기죠
이때문에 복수초는 그들을 통해 손쉽게 수분을 할 수 있고
또 복수초를 찾아오는 곤충들은 따뜻하게 몸을 데울 수 있는 거지요
'꽃과 곤충'의 저자이기도 한 일본의 식물학자인 '다나카 하지메'씨는
책의 내용에 실제 실험한 내용을 기재했는데요
숲 온도는 영상 10도인데 반해
복수초의 내부의 온도를 온도계로 재었더니 무려 20도나 되었다고 합니다.
꽃잎을 떼어내 암술대만 남겨놓은 분류군과
꽃잎 그대로를 달고 있는 분류군과의 실험에서도
결실률이 꽃잎을 달고 있는 분류군은 70%의 결실
하지만 꽃잎을 떼어낸 분류군은 불과 50%의 결실률에 그쳤다고 합니다.
오목거울의 역할을 하는 꽃잎이 실제 전파 망원경 처럼
미세한 햇볕 한 줌까지 끓어모아 꽃잎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역활을 함으로서
바로 복수초의 '조기의 개화'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복수초가 열매를 달고 익히고 있을 때쯤 다른 숲의 경쟁자들은 이제서야
싹을 돋고 잎을 만들 시기입니다.
그후 복수초는 씨앗을 날린뒤 유유히 숲에서 사라지는 것이죠
이렇케 복수초의 생존법칙은 나름대로 진화된 결과입니다.
이른봄 눈설 폭풍 속 에서도 눈과 얼음을 뚫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천연의 안테나 떄문 이랍니다.
벌써 복수초가 개화한 사진이 이곳저곳 올라오고 있는데요
이제 부터 복수초의 개화때 꽃등에가 꽃잎에 어떻케 쉬고 있는지
유심히 잘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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