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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지리산행기

지리산 조개골 심설산행

by 구상나무향기 2009.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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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골..앞전에도 한번 언급했던 적이 있었는데 조개골에 대한 지명이 사뭇 궁금해서
지명을 가지고 잘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억측을 해보았다.

한문으로 구태여 짜맞추기를 해본다면 朝開골..그러니까 아침이 열리는 골짜기라는
뜻으로서 해석할 수도 있을것 같다.

사실 꿈보다 해몽다운식인데  이른 아침 일출이 일어나는 광경을 바라본다면 필시 이곳이
지리산에서도 가장 먼저 아침이 시작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정도이다. 조개골이라는
지명을 가지고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억지로 우겨본다면 딴은 그럴법도 하다.


조개골의 일출

실질적인 장면인 일출과 다르게 좀더 추상적인  가설을 따져본다면 선각자 또는 성인이나
또는 기도처등의 장소와도 관련되어 있을것 같다. 이런식 이름의 유래의 예를 따져본다면 먼저
부산 금정산의 계명봉(鷄鳴峰)을 한번 뜨올려 볼만하다.

"밤기도를 위해 밤을 세워가며 기도에 정진을 하던 납자(衲子)들이
새벽 2시쯤이면 일어나 예불을 드리던 그때 맑은 하늘 날씨에 총총한 별을 보고 가늠했지만 흐린날이 되면
하늘에서 닭울음소리가 시간을 알려 주었다고 한다. 이러한 닭울음소리가 들려와 예불시간을 알려 주었던
것에서 유래하였다 하여 계명봉(鷄鳴峰)이라 했다고 한다."

위의말은 인터넷에서 본인이 줏어들은 말이다.

조개골도 이런식으로 해석을 해본다면...혹 성인이나 또는 기도처와도 관련되어 있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러운
억척을 해보는바다. 새벽이 일찍오는 골짜기...그건 동이트는 새벽의 의미도 그렇치만 어떤 암울한 시절
영웅이나 또는 선각자의 출현을 갈구하는 민중의 심리가 조개골이라는 지명에 들어가 있지는 않을까 추측해본다.

뭐...심산유곡 깊은 골짜기에 바지락.홍합,대합인 조개가 있을리는 만무하고 딴은 해석을 해본다면
뭐 그렇다는 것이다.

누가 그러더라

"우기는데 돈드나"

돈드는일은 아니라도 굳이 우기고 싶지는 않다. 뭐 대충 넘어가자..요즘 들이대는 사람들 때문에 무섭다.
이제 지명애기 끝내고 산행애기로 가보자

조개골은  중봉과 하봉을 아우르며 형성된 골중에서  어느골짜기 보다  유순하다는 느낌을 가진다.
국골이나 칠선계곡 그리고 중봉골을 생각해본다면 조개골은 그런 골짜기들 보다는 인간의 접근을
용이하게 해주는 부드러운 골짜기라 하겠다.

무엇보다 지리산의 대표적인 고찰인 대원사가 자리하고 있으며  아랫새재 윗새재로 나누는 마을은 이곳이
얼마나 아늑한 골짜기인지 대략 짐작케 해준다. 비단 지금도 그렇치만 그옛날 사람들도 조개골에 들어와
살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살기좋은곳은 그떄나 지금이나 똑같지 않을까 싶다.


조개골의 감나무

또한 동부능선으로 이어져 있는 여러 등행로는 조개골을 자주 찾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지금은
밤머리재라는 고개로 아스팔트 도로가 구불구불  지리산의 떨어진 지역들을 이어주고 있지만

옛시절 오로지 걸어서 지리산을 넘어가야 했다면 어느쪽을 택했을까 ? 지리산 어디를 가더라도 결코
고개를 넘어가는건 만만치는 않을것이다. 장터목이라는 곳에서 갱상도와 절라도가 회포를 풀었다고
하지만 직접적으로 보따리 싸매고 넘어가야만 했다면 어느쪽으로 향했을까 ?

덕산과 마천 그리고 산청지역등을 오가는데 있어 유순하게 길을 열어주는곳이 있다면 바로 조개골이
아니였을까 여겨진다. 권능의 상징 부처님이 있는 대원사에 들러 소원을 빌거나 불심의 힘을 얻기를
원했을것이며 또한  사람이 살았을 새재마을에서 먹거리나 또는 잠을 해결할 수 있었던 이곳을 통해서
지리산의 여타지역으로 향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능선으로 갈수록 무릎까지 빠진다

자! 보부상이 되어보자...보부상이 되어 그들이 갔을길을 넘어가보자..소금도 좋고 약초도 좋다.
생선도 있을것이며 여념집 아낙들이 찾았을 악세사리도 있었을것이다. 상상의 짐을 짊어지고
나도 한번 넘어가보는것이다.

"그래 가보자"

따뜻한 아랫목이 내심 그리운 동장군의 계절이기는 해도 역시나 눈과 함께 어울려지는 산행의 묘미는
겨울산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그런 겨울의 묘미를 가장 잘느끼게 해주는 산은 어느산일까 ?

물어보나 마나 지리산이다. 결론에 이르자 엉덩이는 벌써 덜석거리고 머리속은 지리산으로 가득찬다.
년중 인간들이 가장많이 들석댄다는 크리스마스도 지리산을 가야한다는 염원에는 비할바가 못되었다...

"코스는"

이번에는 소위 샘터삼거리라고 말하는 동부능선의 한등산로를 찾아가는데 그의의을 두었다
청이당이라는 당집이 있었다고 전해지는 부근에서 식사을 하고 능선에 올라 사위을 조망한뒤
하산하는 그런 짧은 지리산행의 여정이였다. 일행에 초급자가 달라붙어 겨울 안전산행을 위해
나름대로 조치한 산행일정이였다.


동부능선으로 가는길

초입부터 고행이 시작된다. 눈길이 소위 장난이 아니였기 떄문이다. 앞전 선답자가 있어 다행히
러셀은 되어있었지만 그래도 적설된 량은 발목 이상을 덮고 있었다. 시작부터 산행은 순조롭기 보다는
천천히  한발씩 내딛는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평소보다 산행은 더디지만 따뜻한 남쪽나라 사람들이 언제 이런 하얀눈길을 거닐어 볼수 있을껀가
절라도는 눈으로 고생을 한다지만 실상 갱상도는 눈이라곤 구경을 못하고 있다. 하늘나라 선녀들이
지역편애를 너무 심하게 하는가보다.

저멀리 중봉과 하봉은 암울한 눈구름으로 뒤덮혀있다. 혹시나 저구름이 이리로 넘어오지나 싶어
시작부터 사람 간장을 녹인다. 산행도 그렇커니와 무엇보다 윗새재까지 올려놓은 차량이 문제였다.

윗새재라면 가본사람 알겠지만  첩첩산중의 골짜기다. 눈오면 체인을 감아도 그길 갈생각 말아야 된다.
눈싸이면 고립이라는 생각에 제발 눈좀 보내지 말라고 하늘나라 선녀들에게 속으로 빌고 또 빈다.



내뜻을 알았는지 다행히 먹구름은 중봉과 하봉에 걸치더니 더이상 넘어오지 않는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눈빨 날리면 바로 꽁무니 뺄 요령으로 시선은 언제나 중봉에 걸쳐둔다.

계곡을 오르면 오를수록 눈의 깊이는 더해간다. 산의 높이와 비례하여 적설된 량은 발목에서
이제 종아리로 바뀌어져 있었다. 등행로을 벗어난 곳에서의 적설은 이보다 더깊었는데
무릎이상까지 빠지는 센스를 보여주곤 하였다.



2시간을 올랐을까...어느정도 올랐다고 여겨질때 너덜지대가 나타난다. 평평한 지역이 나타나자
그에 따라 바람이 심하게 불어댄다. 아마도 계곡에 불어대는 바람이 갈곳을 못찾다가 이런 넓은
지역이 나타나자 사납게 화풀이를 해대는듯 하다. 바람은 이곳저곳 갈피를 잡지 못한체 갈퀴마냥
핥켜대고 있었다.


최소 장딴지까지 빠진다

선답자의 발자국이 바람에 의해 완전히 자취을 감추고 있었다. 어디로 향할지 감조차도 나타나지 않는다.
길이 사라진것이다. 거의 다온것 같은데 초행의 길이라 어디쯤에 해당하는지 갈팡질팡이다.
대충 길을 잡고 러셀을 하며 오르니

저멀리 노란 표지기 하나가 팔랑댄다.  반가운 마음에 장딴지까지 빠지는 눈깊이 인지도 모르고
달려들었다가 혼쭐이 난다. 세상에 눈이 얼마나 왔길래 장딴지까지 빠진다 말인가 아마도 바람들이
이곳에다가 눈들을 몰아부친것 같다. 어디를 가더라도 눈은 늪속마냥 장딴지까지 빠져들게 하고있었다.
걷는게 아니라 헤쳐가는 수준이라 한발조차 내딛을 형편이 못되었다.

시껍하며 살펴본 표지기의 주인공은







아! 익히 들어 알고있는 표지기이다. 이표지기가 걸려있다면  딱한가지만은 확실하다. 앞으로 이길이
굉장한 고난의 길이 될것이라는 사실이다. 이쁜길은 앞으로 없고 대충 험한길좀 시작되니 긴장좀
하라는 뜻으로 풀이하면 될터이다. 사랑합니다와 더불어 지리산에서 만나는 절대난감 표지기중 하나이다.


나무 밑둥이 눈에 잠겼다


시기는 겨울 그리고 적설은 장딴지를 넘고있다. 이표지기를 따른다는건 이미 예정했던 길을 벗어나
다른길로  접어 들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될터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길은 중봉과 하봉사이로 이어진 길이라고 한다.)

순간 걸어왔던 길조차도 바람에 의해 흔적이 사라져 버린다. 무섭기만 하다.
미련없이 발길 돌린다.

다시 돌아와 제자리에서니 아니 아까전에는 못봤던 길이 나타나는게 아닌가..러셀된 길이 빤히
보이고 있었다. 혹한의 눈보라에 잠시 헷갈렸는가 보다.

그길을 따르니 동부능선으로 비로소 올라선다.  올라서니 공터가 나타난다.
이곳이라면 비박지로 손색이 없을듯하다. 샘터삼거리 또는 청이당고개등 다양한 지명으로
불리는곳이기도 하다. 밑에 물이있고 또 넓은터라 산꾼들의 하룻밤 휴식처로는 훌륭할듯 하다.

개인적으로 동부능선을 자주 왕래했던 차라 이쪽 지형이 생소한곳은 아니지만
눈에 파묻혀 길이 안보이니 이곳의 지형이 계속 가물거린다. 이짝인가 ? 아니 저짝인가 ?
일행 이끌고 힘들게 눈길 밟으며 갔다가

"이길 아닌가벼 저짝 능선인가벼"

이랬다가 아마 나까지 눈에 묻힐께 뻔했다.


동부능선


능선에 올라서니 매서운 바람이 불어댄다. 중봉에 걸쳐있던 눈보라가 어느새 넘어왔는지
살짝 살짝 험한 인상을 그려대곤 하는데 자연의 매서움에 산행의 의지는 한풀 꺽히고 만다.

어차피 보부상이 되어 고개에 올라보자는 산행의 의미가 아니던가...꽁무니 뺴는데 모두
합의하고 가차없이 온길로 발길을 돌린다. 사실 최초 계획은 이곳에 올라 하봉 중봉에
오르고 치밭목을 하여 다시 조개골로 내려올 계획이였다.



일행에 초급자가 붙어 수정이 되었기는 했지만 사실 러셀되지 않는길을 걷는건 매우
힘든일이다. 아마도 원래의 계획이었다 하더라도 그리 쉽게 진행될 산행은 아니였을 것이다.

간만에 눈좀 밟았다. 물른 절라도의 사람들에게 있어 눈은 애물단지에 해당하겠지만 그래도
갱상도 사람들에게 아직까지 눈은 반가운 존재이다. 뭐 대충 눈좀 찌꺼리놓으면 어찌할줄 모르는
백성들이 천지이기는 해도 그래도 아직까지는  눈와서 싫다는 분위기는 아닐듯하다.
당해보면 징그럽겠지만 아직 첫눈조차도 제대로 맞아보지 못한 남쪽 백성들이다.

눈좀 밟았다고 호들갑 떨어도 대충 이해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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