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지리산행기

사립재골~곰샘~새봉~독바위~어름터

구상나무향기 2020. 5. 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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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성리 입구 화장실

 

 

추성리, 지리산 중에서도 액티비한 루트가 거미줄 마냥 얽혀있어 지리 산꾼들에게 

있어 최고의 찬사와 선망을 주는 곳이다.

 

국내 3대 계곡 칠선계곡을 비롯하여

국골, 초암 능선, 벽송사 능선, 독바위, 쑥밭재, 향운대, 허공다리골 등

다양한 산행 패턴이 존재하는 곳,

 

지리산꾼들에게 있어 이곳만큼 각광받는 곳도 드물 것이다.

 

 

 

어름터 독가.

 

 

지리산행 경력 20년.

 

이곳에 들고 난지가 수십 차례는 넘겠지만

그래도 늘 힘들고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길 찾기란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늘 헤매고 헤집고 다녀야 할 수준의 험로.

"지리산은 늘 그렇다."

 

면역이 있을 수 없는 원시의 지리산.

역시나 오늘 그 자연을 탐하려 배낭을 메었다.

 

 

어름터 독가에서 좌.우측 길이 열려있다.

 

 

오늘 등정 루트는 사립재골에서 새봉으로 오르는 여정.

 

어름터 독가에서 계곡을 건너면 좌. 우측으로 길이 열리는데

좌측은 사립재골, 독바위, 허공다리골의 루트.

우측은 향운대와 두류능선으로 향하는 길이다.

 

사립재골은 좌측 방향.

이미 여러 번의 경험이 있는 골짜기지만 여전히 길 찾기란 어렵다.

 

 

 

 

합수부. 좌측 사립재골, 우측 허공다리골, 중앙은 능선

 

 

이리저리 계곡을 헤매고 건너다보면 어느덧 합수부에 닿는다.

여기까지는 길이 희미해서 헤맬지 모르지만

이 합수부에서 독바위(쑥밭재) 오르는 길은 매우 뚜렷하고 짙어 어렵지 않게 길을 찾을 수 있다.

 

두류암지를 지나 쑥밭재로 오르는 길은 매우 좋다.

 

이번에는 두류암지의 길이 아닌 독바위에서 이어지는 능선을 타고 하산했었다.

결국 이 합수부로 길은 똑같이 이어진다.

 

 

 

 

사립재골

 

 

합수부에서 좌측 골짜기가 사립재골, 우측 골짜기가 허공다리골로 이어진다.

 

중앙에 이어진 능선 두 가닥은 다 동부능선으로 붙는데

하나는 독바위 직전, 하나는 두류암지를 지나 쑥밭재로 붙는다.

 

오늘은 지금껏 밟아보지 못한 사립재골로 향했는데

길이 제법 유순한 골짜기다.

 

 

사립재골은 길이 매우 유순하다.

 

 

"이거 골짜기 맞어?"

지리산의 여타 골짜기에 비해 사립재골은 정말 유순했고 잡목도 없는 계곡이었다.

 

굵고 강직한 바위 덩어리와 험한 물줄기로 대변되는 지리산의 여타 골짜기와는

그 격이 다르다.

 

그냥 유순하고 부드럽다.

잡목도 거의 없고 산죽도 없으며 습지로 이루어진 산속의 평지 같은 느낌을 주는 골짜기다.

 

 

 

사립재골은 습지가 많다.

 

 

그래서인지 산거 촌락의 산촌인들이 살았을 법한 터가 군데군데 나타난다.

 

목기를 제작하고 숯을 구워 생활했던 화전민의 터전이

고스란히 남았다.

 

햇볕도 잘 드는 양지쪽, 여러모로 이곳은 사람 살기 딱 좋은 장소다.

그래서인지 이곳 주변 곳곳엔 사람 산 흔적이 유독 많은 골짜기이기도 하다.

 

 

습지가 많다.

 

 

대체적으로 이런 풍경을 보여주는 사립재골의 모습.

방향만 보고 무작정 치고 올라도 무난할 정도의 골치기다.

 

잡목이 없어 산꾼의 돌진에 방해받을 게 없다.

 

산수 좋고 물 좋은 계곡을 예상했다면

사립재골의 선택은 오판이다. 그건 다른 계곡에서 누려볼 정서고

 

이곳은 그냥 땀내 나는 산행지다.

 

다만, 사부 자기 걷기 좋은 코스로서의 선택이라면 "딱좋아" 코스다.

 

 

 

 

 

사립재골의 대체적인 모습.

 

 

큰구술붕이가 습지 근처 드문드문 자라고 있는 모습이다.

 

날씨가 근래 들어 제법 추었는데

5월 초순이라지만 지리산의 봄은 제법 늦고 있었다.

 

이제 싹이 트고 꽃봉오리를 맺었다.

진달래가 정상에선 이제 절정인 지리산. 그만큼 추웠는가 보다.

 

 

큰구슬붕이

 

습지에 가득 자라고 있는 이 나물의 종류.

 

지인의 소개에 이른바 '소나물'이라하여 산촌인들에게 나물로 즐기는 종류다.

 

"이게 뭘까"하고

몇 번을 들여다보고 찾아보았지만 소나물이라고 불리는 저 식물의 정체는 오리무중이었다.

 

"안면이 많은데"

사실 어디서 많이 본 종류인데 선뜻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등골나물

 

 

 

그런데 의외로 쉽게 문제는 풀렸다.

 

바로 등골나물.

 

야산에 흔한 등골나물이 이런 고산지대 심심산골에 자라고 있을 거란

생각을 못한 게 함정이었다.

 

벌등골, 골등골, 향등골 종류가 있지만 이 종류는 그냥 등골나물이다.

 

 

 

 

등골나물

 

 

예전에는 드문드문 보였던 백작약.

 

이젠 찾아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백작약을 다 약으로 채취해 버리기 때문이다.

 

한때 산작약도 자란다고 했지만

이젠 지리산에서는 멸절하지 않았나 싶다. 실상 드문 발견되는 작약은 대부분 백작약이다.

 

 

 

찾아보기 힘든 백작약, 산작약은 지리산에서는 사라졌다.

 

 

드디어 사립재에 도착.

추성리 주차장에서 2시간 30분이 걸렸고

 

합수부에서 1시간 20분 소요.

 

그리 힘들지 않은 여정. 시간도 나름 짧았다.

여타 지리산의 우락부락한 대략 난감한 골짜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사립재에서 오봉으로 내려가는 들머리

 

 

 

나는 지리산을 천왕봉부터 오른 게 아니라

오봉리에서 독바위의 여정이 나에게 있어 최초의 지리산 산행이었다.

 

때는 1997년 경 늘푸른산악회의 고 민영길 님과 여러분들이 화계 주상리 세검정가든에서

모임을 가졌는데 그때 참석해 인연을 맺었고 

 

그 후 이곳으로 여러 번 산행을 했었다.

 

그 당시 방송국 카메라에 이곳에서 최초로 반달가슴곰의 영상이 찍였었다.

이곳 근처, 마가목 열매를 따 먹은 반달곰의 먹이 흔적을 보기도 했었는데

 

그 후 이곳에 숨은 석간수 샘터를 곰샘이라 불렀고 이를 인터넷에 소개하면서

곰샘은 정식 명칭이 되었다.

 

 

 

 

지도에 알려진 곰샘.

 

 

그게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지리산아흔아홉골에 처음 소개했는데 그게 정식 명칭이 되어 버린 것이다.

 

곰샘, 실제로 곰이 샘물을 먹은 곳.

이름 그대로다.

 

내가 지은 이름이 공식화 된 

나름 나에게 있어 유산이고 자랑스러운 장소다.

 

 

 

곰샘

 

 

곰샘은 위.아래 바위 모두 물이 나오는데

위쪽 바위에 파이프를 꼽아 물 받기에 좋게 해두었다.

 

물은 지리산 최고의 청량감과 맛을 자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물은 사철 흐르고 갈수기에도 마른 적이 없다.

 

 

 

 

 

곰샘에서 격정의 오름을 이어가면 드디어 새봉.

 

등산로가 새봉 정상과 바로 연결되어 있기에

이곳이 정상인지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들도 있다.

 

마침 새봉에 이르니 운해가 장관이다.

독바위에도 운해가 찰랑거리고 있어 서둘러 가면 멋진 운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다.

 

"서두르자 독바위에서 운해를 볼 기회다"

 

 

 

새봉 정상에서 본 풍경.

 

 

드디어 독바위.

 

그러나 아쉽게도 운해는 흩어져 

바다와 같은 운해의 장관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은 하릴없이 되어 버렸다.

 

구름은 넘실넘실 찰랑대더니

이윽고 온 지리산을 삼켜 버린다.

 

 

마치 섬이 되어버린 지리산.

 

 

 

독바위에 올라 한참 동안을 운해가 생기길 기다렸지만

구름은 그렇게 높게 높게 지리산을 덮더니 더 이상 보여주질 않고 숨어 버린다.

 

"하기사 가재복 산꾼 이 정도도 다행이지"

 

독바위에 오르니 바람이 거세지고 추워지기 시작한다.

 

 

 

 

 

 

 

새벽, 우렁각시가 싸준 도시락을 그제야 펼친다.

 

요즘은 도시락을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기에

이런저런 먹거리를 챙길 필요가 없고 새벽에 길을 나서도 도시락 챙기는 덴 무리가 없다.

 

운해를 기다리며

도시락을 오물거리지만 운해는 잠잠무소식.

 

흩어지길 반복하더니 끝내는 속내를 드러내어 주지

않는다.

 

 

 

우렁각시 도시락

 

 

 

독바위 아래, 멋진 야영장소가 있다.

 

이곳은 일출과 일몰을 다 감상할 수 있는 명소다.

 

아래 도장골과 새재마을이 드러나며, 위로 중봉과 하봉의 능선과 봉우리,

그리고 조개골의 웅장한 자태를 느끼며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지리산에서도 몇 안 되는 야영의 장소다.

 

저번 독바위 근처 새봉에서 하룻밤을 묵었고,

어느 때는 이곳에 오르려고 하다가 두류암 승탑 근처에서 야영을 하고 말았었다.

 

나에게 있어 미답의 야영지.

 

 

독바위 아래 야영지.

 

 

미련이 있다면 의지로 해결하면 된다.

 

세월은 좀을 먹지 않는다.

미련은 나에게 있어 즐거운 숙제일 뿐이다. 

 

"언젠가는 하고 말테다"

 

 

 

 

 

독바위의 특이한 문양.

 

 

 

독바위를 지나쳐 쑥밭재로 향하다 보면

두 군데의 어름터로 가는 능선이 나온다.

 

20여분 진행하면 바로 우측으로 들머리가 나오는데 이곳으로 내려가도 어름터로 나온다.

이곳을 지나쳐 청이당터의 쑥밭재에도 우측으로 들머리가 나오는데 이곳이 두류암지로 내려가는 길.

 

첫 번째 들머리, 능선 이름은 딱히 없는가 보다.

초입은 뚜렷한 데 중간쯤은 희미하다가 종반에는 다시 길이 뚜렷해진다.

 

오래전, 이곳으로 오른 적은 있어도 내려 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길은 매우 수월해 2시간 예상한 하산길을 어름터 독가까지 1시간 20여분 만에 내려갔었다.

 

 

 

독바위 근처 바위.

 

 

합수부 좌. 우측 갈림길 지점.

이곳까지 독바위에서 정확히 1시간이 걸렸다. 정말 쏜살같이 뛰어 오다시피 내려온 하산이다.

 

그만큼 길이 좋고 뚜렷해

어먼길로 접어들지 않고 줄 곧 내달린 덕분이다.

 

 

좌측으로 내려왔다. 우측으로 가면 두류암지.

 

 

 

독바위에서 합수부까지 1시간

합수부에서 어름터 독가까지 20분.

 

정말 빠르게 하산했는데 합수부에서 어름터까지는

계곡길로 이래저래 애둘러 걸어야 할 험로다.

 

하지만 서너 번의 경험이 있어 그런지 수훨하 게 길을 잡는다.

 

 

 

 

상단부 지도.

 

 

어름터 독가.

 

가을경 이곳에 주렁주렁 홍시가 많이도 달리는데

홍시 따먹으며 망중한을 즐긴 추억도 새록새록하다.

 

오늘은 강아지 한 마리가 이방인을 우렁차 게 경계하는데

낯선 이가 부끄러운 지 쥔장은 살그머니 방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짐승이 물 마시는 법

 

 

뚜벅뚜벅 광점동 마을의 아스팔트 길을 무겁게 내려오니

드디어 아침 출발한 그 장소.

 

드디어 산행을 마무리한다.

 

13.2km, 7시간 10분 걸렸다.

 

 

 

 

 

 

역시 지리산, 짧지만 강렬한 기운.

그리고 묵직한 전율.

 

지리산만이 가능케하는 엔돌핀 돌파구다.

어설픈 산꾼, 오늘도 행복한 시간이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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