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지리산행기

지리산 최대 습지, 외곡(외고개)습지

구상나무향기 2020. 7. 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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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정 문산선지국

 

 

외곡 습지, 흔히 외고개 습지라고 부르는

지리산에서 가장 원시적이고 오래된 습지다.

 

왕등재 습지에서 이어진 수원이 외곡 습지까지

이어지는데 그야말로 청정의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는, 습지로선 지리산 최대 규모다.

 

 

외곡 습지와 우측에 왕등재 습지

 

 

외곡과 왕등재 습지는 국내 유일의 알칼리성 고산습지로 보전상태가 양호하고

멸종위기종 및 천연기념물 등이 서식하고 있어 국립공원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는데

 

이 두 곳은 지리산을 대표하는 습지로 2008년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람사르 총회 당시

공식 탐방코스에 포함되기도 했다고 한다.

 

 

꽃창포 피는 외곡 습지

 

 

 

외곡습지는 지리산 동부 능선상의 외고개 바로 아래 해발 650m 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이탄습지.

 

이탄층의 평균 깊이는 0.6m에 이르고 면적은 3로 지리산 습지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이곳에는 삵, 담비, 산골조개, 큰땅콩물방개, 살모사 등이 서식하고 있고

물매화, 동의나물, 닭의난초, 마타리, 뻐꾹나리, 잠자리난초, 갯버들, 방울고랭이, 꽃창포 등의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흰제비란과 나도잠자리란 그리고 옥잠난초 같은 난초류도 서식하고 있다.

 

 

 

외곡 습지 가는길

 

 

10년 전, 이곳에 흰제비란과 닭의난초를 보러 가기 위해

탐방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당시, 어린 딸과 함께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이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흰제비란과 닭의난초가 사뭇 멋지게 자라고 있었기에

 

"지금이면 어떤 식물들이 자랄까"

마침 궁금해 이 외곡 습지로 발걸음 해봤다.

 

"습지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혹시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더 훼손되었을까?라는 걱정도 했었다.

 

 

꽃창포

 

 

하지만 이는 기우였고

외곡 습지는 더욱더 짙어지고 울창해져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을 정도로

완연한 원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되려 더욱 울창해져 예전의 모습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습지의 규모는 더욱 커진듯 하다.

 

 

 

습지 모습

 

 

 

사람이 뚫고 가기 힘들 정도의 위세다.

달뿌리풀과 억새가 우점하는 외곡 습지.

 

물길이 길을 사라지게 했지만 공단이 만들어 놓은 목책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된다.

목책이 없다면 아마도 길은 진즉에 사라져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정도다.

 

하지만 그 목책도 삭아 버려 밟으니 빠직~하며 부서지기 일수였다.

 

 

이탄층의 모습

 

 

흰제비란과 닭의난초를 보러 왔는데

 

흰제비란은 꽃이 진 몇몇 개체와 풀숲에 숨은 어린 개체들이 보이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그리고 닭의난초는 딱 한 포기만 봤다.

 

이젠 닭의난초는 이곳에서 보기 어려운 식물이 되지 않았나 싶다.

 

 

 

 

 

 

저 풀숲을 뚫고 가야 된다. 목책길이 등로를 알려주지만 길은 험하다.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풀숲이 완전 등로를 가렸고

잡목과 억새들이 길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반갑지 않은 습지의 생물인 살모사가 슬그머니 옆으로 도망 가는 모습에

아연실색했지만

 

이곳은 습지 생물이 다량 서식하는 곳, 인간의 방문은 그리 달갑지 않은 곳이다.

 

 

 

 

이탄층

 

 

닭의난초와 흰제비란은 시기적으로 모두 지고 있었고

나도잠자리란은 이제 갓 피어난 모습이다.

 

물레나물이나 참조팝나무, 꿀풀 등이 이제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으며 한 여름날에 피어나는 말나리와 꼬리풀 그리고 동자꽃들은 이제 꽃봉오리를 올렸다.

 

 

 

 

나도잠자리란

 

 

외곡 습지는 왕등재 습지와 연결되는데

 

이 수풀을 헤치고 왕등재 습지로 이을 수 있지만

꼭 그럴 이유는 없을듯하다. 온갖 난공불락의 습지와 개울 그리고 수풀이 길을 막을게 뻔하다.

 

외곡 습지에서 동부 능선은 지근.

동부 능선으로 올라 왕등재 습지로 이으면 된다.

 

 

 

 

 

 

애초에 등산로는 지도에 없다.

외고개에서 외곡 습지의 등로는 

 

등산로라기보다는 멧돼지 길 정도의 수준.

 

예전에 비해 등산로는 매우 희미해졌고

사람들 왕래는 거의 없는듯하다.

 

 

 

 

외곡 습지의 달뿌리풀 군락.

 

 

습지에선 길은 오리무중이다.

수풀에 가려진 목책을 따라가면 된다. 그곳이 바로 등로.

 

이곳을 벗어나면 수풀과 잡목에 가려져 걷지도 못한다.

 

억새와 달뿌리풀과 방울고랭이

그리고 물푸레나무와 온갖 잡목이 습지를 뒤덮었다.

 

뚫고 가야 한다는 표현이 맞을 듯.

 

생태 탐방을 위한다면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등로가 아주 불편하고 독사라도 만난다면 다들 소스라치게 놀랄 것이다.

정말 열정 깊게 야생화를 찾아다니는 사람들 아니면 외곡 습지는 이제 정말 원시림의 불가침 성역으로

자리 잡았다.

 

 

 

 

외곡 습지 알림판

 

 

 

되려 10년 전 보다 훨씬 더 짙어진 외곡 습지.

 

습지의 물길은 더욱더 넓어졌고 

등산로도 지워졌으며, 수풀은 짙어져 사람 접근을 차단시켰다.

 

독사들은 수시로 목격돼 어디 쉽게 걷지도 못한다.

 

 

 

 

수풀에 가려진 목책이 유일한 길이다.

 

 

마주하려 했던

야생화들을 시기적으로 보지 못한 건 조금 아쉬운 부분.

 

이번 주가 그나마 나을 거라 여겼는데

되려 늦고 말았다.

 

하지만 그 대신 나도잠자리란은 마침 딱 필 때 만난 건 이 험한 습지를 탐방한

보람이었다.

 

 

 

 

 

 

흰제비란

 

 

오룩스맵에서도 등로는 없다.

대충 방향만 보고 찾아야 된다. 사유지가 들어와 길을 모두 막아버렸다.

 

나도 예전 기억을 더듬어 찾아 오른 길이다.

처음엔 이곳이 아닌가 생각했을 정도.

 

무엇보다 그 동네 마을 사람들은 이젠 모두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라

등산로를 이용하지 않는 모양이다. 예전보다 훨씬 희미해져 길 찾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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