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지리산행기

칠불사 사면길~연동골(with. 단풍)

구상나무향기 2019. 10. 2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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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골, 흔히 목통골이라 불리는 골짜기다.


연동골?

오래전 이곳에 연동마을이라 불리는 마을이 있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산행하다 보면 석축이 남아있는 마을터가 나온다.

그곳이 예전 연동마을.








산거촌락 방식의 오지의 지리산 숲 속.

그곳을 터전으로 삼은 척박했던 마을이었을 것이다.


목통골은

지금의 지명인데 '목통'은 어름덩굴을 일컫는 말이다.


이곳에 어름이 많이 자생해 이름지은 것인지

아님 다른 동음의 뜻이 있는지 모를 일이다.








잊혀진 마을, 연동마을


이름을 통해 오랜 역사 속, 숨겨진 마을을 추억하는 것 또한

그리 나쁜일은 아닐 것이다.


변화는 추억을 먹이로 삼는다고 하지 않는가

이름은 세월에 맡겨두자.








"..이곳 단풍도 정말 황홀하겠다"


작년, 연동골로 하산하면서

이곳의 활엽수들이 경쟁하듯이 자라고 있는 극상림을 보고선

이런 판단을 했었다.


"좋을 시기에 다시 오자"


그 단풍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어느 날 어느 때를 정해

다시 찾은 연동골이다.







칠불사 사면길.


이 길을 택하면 연동골로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계곡 딱 중턱으로 나오는데


칠불사까지 차량이 올라서기에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가는 수고러움이 훨씬 줄어든다.






<칠불사 일주문 옆이 들머리>




연동골을 접하고 칠불사로 다시 돌아오는

매력 만점의 원점회귀 코스.


지리산에서 이런 짧고 굵은 코스도 드물듯싶다.





<황벽나무>




길은 뚜렷하고 짙어 헤맬 이유가 없는 곳.


그런데도 헤매 돌았으니 


지리산은 "아차"하면

어먼 데로 빠진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평생 고생이다라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 깨닫는 곳, 지리산이다.









스님들이 이곳의 길을 정비했는지

산죽이 제법 정리되어 산행하긴 편한 등로다.


사면길을 1시간 정도만 걸으면 연동골을 만난다.


하지만

사부 자기 천천히 걸었더니 2시간이나 걸렸다.











어느듯 연동골.

계곡 물소리가 우렁차다.


연동골, 지세가 얕은 계곡이 아니기에 폭이 넓다.


등로에서 계곡 넘어  칠불사 사면길 들머리는

눈에 보이질 않는다.


달린 표지기를 눈여겨보든지 오룩스 맵이 아니면 계곡 건너편의 길이

눈에 띄기 만무하다.


앞전, 이 들머리는 아예 생각지도 못했었다.

보이지도 않는 정말 꾼들만 아는 사면길이다.










연동골 단풍, 짙도록 채색되고 있었다.

이미 중턱을 넘어 아랫까지 물들이고 있는 중..


중턱즈음엔 여전히 푸르지만 약간만 오르니 이미 단풍은

붉게 채색되고 있었다.


"우와....단풍 멋있다"

찬사는 계곡을 따라 연신 이어진다.









연동골은 화개재까지 이어지지만

오늘은 단풍 유람이 목적.


중간에서 돌아오는 일정으로 꾸려진

그날의 산행이었다.


간만에 숨막히는 산행이 아닌

한갓진 주말 어느 날의 단풍 나들이다.












연동골의 단풍은 역시나 예상대로

지리산의 품격 높은 단풍의 미를 그대로 보여준 가을 서정의 대표격이었다.


노스텔지어의 손수건이라도

걸린냥 연동골 계곡의 단풍은 '쥑일놈의 낭만'으로 다가온다.









"우와..."

탄성은 환호로 바뀐다.


카메라 셧터 소리만 들릴뿐

사위는 고요하고 계곡의 물소리는 자장가마냥 들린다.


온전히 가을의 낭만만 있을뿐.


산꾼호사한 날이다.










항상 땀방울 먹어가며 산행에 열중하는 지리산.

그렇기에 사진은 늘 주마간샷이었다.


오늘은 폼 잡으며

제대로 찍어보려 열중하지만 현실은 거기서 거기다.










한 발 더 올라서니

보기드문 단풍 명소가 드러나는 게 아닌가.


나는 이 폭포가 연동폭포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곳은 그냥 무명폭포다.


단풍으로 화사한 이곳, 이름을 뭘로 지어볼까?









이 폭포가 있는 곳,


반석도 있고 그 위로 더 짙은 단풍의 서사가 기다리는

추색의 명소.


호젓하고 한가진 곳에 위치한

쉼의 명소다.


모르고 찾았기에 설레임은 더욱 컸었다.










가려한 솜씨로 이 폭포를

이래저래 담아보려 애를 써봤다.


현실은 거기서 거기지만 어쨌던

혼신(?)의 능력으로 찍어댄 능력치다.






















가녀린 찍사








이곳은 이 폭포 위에서 본 단풍.













온통 울긋불긋 기가막힌 단풍의 명소다.

한참을 이래저래 샷터를 눌러대지만 결국 다 같은 장면이다.


그저 이 단풍 아래

가을만 죽도록 느끼고 또 느낀 시간이었다.


그냥 멍하게 앉아 시간만 보내도 좋을 곳.
















폭포 위 반석의 풍경

이곳에서 돗자리 깔고 한숨 자고 가면 딱 좋을 곳이다.


행복이 따로 있나

내가 어디에 있건 만족하면 행복이다.




<한숨 자고 가자>





추색에 즐긴 서정에 엉덩이가 차가워질 즈음

그제야 엉덩이를 떨춘다.


이제 등산로로 진입해

연동골 하산을 서두른다.


1시간쯤 걸으면

갈래에 이르는데


이곳에서

우측: 연동골, 좌측: 칠불사로 향한다.




<갈림길>




칠불사 방면으로 접어드면

독가가 나오는데 다 쓰러진 폐가다.


최근까지 사람이 살은 흔적은 보이지만

거주지의 기능은 이미 상실되어 보인다.


가을 태풍에 무너졌을까?





<폐가가 된 독가>




아주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걸으면 어느듯 칠불사다.


김수로왕 일곱 아들을 모두 성불시켰다해서

칠불사로 하는데


 아들들을  다 스님으로 만들었을까?


쓸데 없는 질문이 생기는

칠불사다.





<칠불사>



코스는 이렇다.

칠불사 일주문~사면길~연동골~독가~칠불사 일주문









도끼자루 썩는줄 모르고 놀았더니

5km에 6시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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