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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일반산행기

월산마을~용제봉~불모산~굴암산~월산마을

by 구상나무향기 2019.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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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뒷산, 용제봉>





2016년 4월.

대략 3년 전, 나는 같은 코스로 이 산행을 즐겼던 기억이 있다.


그때 걸린 시간이 8시간 10분이었는데

이번 산행, 정확히 그떄와 같았다.


쉬지 않고 걸었고, 먹지 않고 걸었다.


그때와 다른 건

체중은 늘었지만 지치지 않았고 더 걸었으면 하는

욕구도 있었다.










"부산으로 이사와라"


딸이 대학에 합격했는데 기숙사에 덜컹 떨어지면서

원룸에 자취를 하게되었다.


그 어려운 대학 문턱은 턱걸이로 합격하는 재주를 보이더니

되려 기숙사는 경우의 수 중 최악을 선택한 딸.





<신선한 산행길>




도리 없이 자취방을 구하고

부산함을 떨었더니 가족들의 조언이 잇다른다.

 

나는 "이제 둥지를 떠날 때가 된 것이다"

라고 그 조언에 답한다.


이제 떠나면

다시 돌아올 생각일랑 말라고 나는 딸에게 (조언을 가장한)협박을 했었다.


딸의 먼 인생, 자식의 독립과 자립은

부모가 나서면 안 된다는 주의다.


대학을 졸업해 완전한 성인이 되어도

부모 품 속으로 파고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슬비가 내렸다>





이불 밖은 위험하지만

세상은 이불 속이 아닌 밖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가야 한다.

거기가 위험한 건 다 아는 사실이다.


배가 항구에 묶여 있다면 안전하겠지만

그건 배의 존재 이유가 아니다.


위험하지만 폭풍과 맞서며 항해를 할 때

비로소 존재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어린 새가 둥지를 떠날 땐, 불안하고 서툴다.

그러나 떄가 되면 떠나야 하는 건 누구나 아는 진리다.


이제 2월이면 딸은 이소(離巢)를 한다.

"딸, 돌아오지 마라"









용제봉, 나에겐 동네 뒷산.

장유에 서식한 지 어느덧 20년 세월이 되어간다.


산 좋아하는 이, 나로서는 이 용제봉이 참 좋다.

장유를 떠나기 싫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용제봉 때문이다.


4철 모습이 다른 김해 들녘, 구비구비 흐르는 조만강

철새가 가득한 주남저수지, 우뚝 솟은 용제봉.


나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곳, 장유다.










눈이 내린다고 했는데

눈은 고사하고 비만 지적 댈 뿐이다.


사위는 온통 안개 속

보이는 건 눈앞의 사물뿐이다.


보이진 않지만 나는 이 풍경을

안다.


구름 속에 가려져 있다고 모르는 게 아니다.


투시력은 없지만 머리 속 기억은 그걸 안다.

20년 동안 다녔는 데 모르면 그게 바보다.






<안개 가득한 용제봉>




비는 지적 대더니 이내 거치고

구름으로 장막을 처버린다.


불모산은 구름으로 가려져 전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아도 무관하기에 나는 오늘

이 산행을 덤덤이 즐기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나에겐 산행을 빌미로 한 훈련이 우선.






<불모산이 구름에 가렸다>





여기서 바라보면

저 아득한 임도가 불모산을 구비구비 휘감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힘든 비루한 짓거리를 

지금부터 해야 하기에 심리적 저항감이 가장 큰 구간이다.


울트라마라톤을 하다 보면

끝도 없이 펼쳐지는 임도를 올라야 할 때가 많다.


그런 구간을 만나면 '인내와 인내'로  극복해야 하기에

저 정도는 가벼이 여기며 올라야 하는 것이다.






<날씨 맑을 때 모습, 임도가 엄청 길다>





용제봉에서 상점령까진 급내리막.

스틱에 힘을 불끈 쥐고 조심히 내려가야 할 코스다.


조심조심 내려 왔었다.


그러다 막판 굴암산에서 신안마을로 내려가다

미끄러져 어깨에 부상을 입고 말았었다.


비 올 땐, 늘 미끄럼에 주의해야 한다.






<공든탑>




상점령.


여기서부터 군부대까지 지루한 임도가 시작된다. (5km)


머리 푹 숙이고

무념 무상으로 걷고 또 걸은 구간이다.


해마다 이 코스대로 훈련 삼아 걷지만

이 임도는 내려가나 올라가나 지루하고 힘든 건 매일반이다.






<상점령에서 군부대까지 임도 5km>





5km 임도가 끝나면 비로소 군부대가 나오고

숲으로 들어가 30분 정도 걸으면 화산이다.


군부대가 가로 막고 있기에

지뢰 조심 표지판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고

철조망이 등산로 내내 이어져 있는 구간.


트랭글에서 화산에 도착했다는 알림음이 울린다.


"화산이 여기라고?"

화산 정상은 군부대가 차지하고 있기에

군부대 직전 작은 봉우리가 화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지뢰 조심 경고판>




화산에서 굴암산까진 멀지 않다.

목적지에 거의 다 왔다는 안도감이 일지만


의외로 컨디션은 매우 양호했고 더 걷고 싶었다.

에너지가 뒤로 갈수록 샘솟지만 이럴 때는 자제해야 한다.


의욕은 늘 화를 부르기 때문이다.





<이 봉우리가 화산을 대신한다.>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굴암산.

참으로 많이도 올랐던 봉우리다.


율하에서 시작하면

그 오름 짓이 만만치 않는 동네 뒷산.


용제봉도 그렇치만 이 굴암산도

결국 허투루 오를 수 있는 뒷산이 아니다.


"헉~ 뒷산이 이렇게 힘들어"


특히 신안마을에서 철탑 방향으로

시작하면 그 오르막에 곡소리 절로 난다.











앞전에도 똑같은 실수를 했는데

이번에도 반복하는 멍청함을 보였다.


여기서 율하마을 방향으로 내려갔어야 했는데

신안마을로 하산했기 때문.


거기 내리막이 아주 질색 맞다.

급 내리막 이면서도 암벽도 많은 나름 험지다.


결국 내려가면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제대로 찍었고 그 덕분에 어깨 죽지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


다음 날, 어깨가 아파 수영 가기를 포기했었다.


사고는 지리산같은 험한 산에서 나는 게 아니라

이런 동네 뒷산에서 더 크게 나는 법이다. 사고는 순간이다.










신안마을로 다 내려오면

저런 말뚝을 본다.


거리도 멀고 길도 아주 험한

코스가 바로 '굴암산 정상 2.4km'다.


그런데 나는 알면서도 또 그리로 내려왔으니

머리 속 지우개가 늘 날뛴다.






<2.4km 굴암산 코스가 더 힘들다>




신안마을에서

이젠 월산마을까지는 시내 도로다.


지루하다.

상점령에서 군부대까지 임도를 걷는 것 만큼이나 지루한 길.


이 구간이 4km 남짓한 데

역시 아스팔트 길은 나에겐 천적이다.








벌써 매화가 피었다.

도로변 매화나무에 군데군데 매화가 핀 나무들이 다수다.


1월 초순에 매화라니.


올해 무척이나 따뜻하고 건조한 겨울 인데

작년에 비하면 극과 극이다.


작년, 정말 추웠다.








사부 자기 터벅터벅 걸었더니

어느덧 월산마을.


25km, 8시간 10분으로

3년 전 기록과 완벽히 똑같았다.


먹은 거은 삼각김밥 하나, 비스킷 반조각

500ml 물 한병이 전부.


쉬지 않고 걸었다.


상세한 코스는 다음과 같다.

월산마을~장유휴게소~용제봉~상점령~임도~불모산군부대~화산~굴암산~신안마을~시내~월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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