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암산, 바로 동네 뒷산이다.
하지만
불모산과 더불어 용지봉으로 마루금으로 이어 간다면
동네 뒷산 취급했다가는 큰코다칠 까칠한 산으로 변모한다.
장유를 중앙에 두고 한 바퀴 돌아들면
짧게는 20킬로, 길게는 25킬로 이상의 원점회귀도 가능하다.
<장유 팔판마을>
팔판마을에 서면 위 산에 큰 집채만 한 바위가 보이는데
이 바위가 바로 그 바위다.
장유 어디에서나 보이는 바위이기에
나름대로 이름도 있어 보이지만 그냥 무명 바위다.
<이 바위가 그 바위>
설 연휴, 가족과 함께 설악산을 다녀왔는데
속초와 평창을 넘나들며 지역의 여러 토속적인 먹거리들을 잔뜩 섭렵했더니
뱃살이 돋아나고 있는 게 아닌가.
연휴 마지막 날,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하고선
이미 지난해에 경험했던 이 '큰코다칠 까칠 코스'를 이어볼 요령으로 배낭을 챙긴 것이다.
*2015년 2월에 동일한 코스를 6시간 40분 걸려 완주했는데,
이번에는 6시간 24분으로 조금 단축시켰다.
<오늘 넘어가야 할 용지봉이 아득히 보인다>
입구에서부터 줄곧 오르막.
다소는 힘이 부칠 수 있는 구간이기에 굴암산이 결코 만만한 산세는 아니다.
그렇치만 훌륭한 조망도 연신 이어지기에
쉬엄 쉬엄 오르면 못 오를 뫼도 아니다.
그래봐야 동네 뒷산(?)이다.
팔판마을에서부터 굴암산까지는 1시간이면 오른다.
쉬지 않고 내내 걸었더니 어느새 굴암산.
저멀리 오늘 넘어가야 할 용지봉이 아득히
바라다 보이는데
용지봉을 지나 정병산까지 넘어간다면 30킬로는 족히 넘게 나온다.
도전은 다음 기회로 삼고
오늘은 얌전히(?) 짧게 한바퀴 돌아 보기로 하였다.
<저 봉우리가 굴암산>
요즘 고민이 많다.
물론, 늘 고민이 많은 인생이다.
하지만 늘 잘 보내왔고 또한 잘 견뎌왔다.
세상 사는 게 어찌 쉽겠는가
다들 사는 세상, 나라고 못 살 이유는 없겠지만
행복이란 내가 선택하는 것이지
남이 나를 위해 주는 건 아닐 지다.
"그럼 행복은 어떻게 만드나?"
길을 걸으며 내내 생각했지만, 답은 늘 없다.
굴암산을 지나 화산으로 가면
군부대가 버티고 있다.
철조망 지대를 지루하게 이어가야 할 코스가 나오는데
이윽고 철조망 지대가 끝나면 더 지루하디 지루한 임도가 장시간 이어진다.
개천도 졸졸 흐르면서 나름 여름에는
분위기가 물씬 나겠지만, 코스는 지겹다.
지뢰지대를 벗어나면 임도가 이어지는데
이 임도를 내내 뛰어서 내려왔다.
지루하기도 하지만
산길도 아닌 이런 길을 걷는게 딴은 내키지 않음이다.
불모산에서 내려오는 산길도 있지만
뛰는게 좋아서 임도를 선택해 후딱 뛰어서 와버렸다.
거친 호흡을 즐기며 한겨울 혹한의 날씨 속에서
땀을 즐기는 것 또한 겨울 등산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이때까지 나는 아무 것도 먹고 있질 않았다.
*산행 종료까지 물 한 모금도 어떤 것도 먹지 않고 완주했다.
<상점령에서 봉긋한 봉우리를 올라야 한다>
임도를 내려오면 상점령을 만난다.
이 상점령에서 봉긋한 봉우리(724봉)를 치고 올라야 하는데
오늘 산행 최고 난이도다.
"저걸 어떻게 올라"
하지만, 그건 멀리서 바라볼 때의 심정인 거고
실제 부딪치면 또 별것도 아니다.
상점령에서 힘차게 치고 오르면
바로 이런 풍경을 만나게 된다.
<724봉에서 바라본 풍경>
여기서(724봉)부터 용지봉까지는 700m 거리다.
724봉에서 용지봉 방향으로 직진하면 장유사로 갈 수도 있고
우틀해서 능선을 타고 내려가면 장유계곡 입구가 나온다.
<용지봉 정상에서본 굴암산과 불모산>
늘 그렇듯 산은 항상 그 자리.
한 번도 지루하다고 여겨 본 적이 없이 항상 좋다.
장유에 살면서 이 용지봉을 올라온 횟수를 따지자면,
이미 열 손가락을 훨씬 넘었을 것이다.
봄의 진달래 풍경이 가장 좋을 시기지만,
겨울은 겨울 나름의 서늘한 풍경이 있어 좋다.
신체의 고단함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물 한 모금 그리고 어떤 취식도 하지 않고
견뎌냈는데,
7시간 정도의 공복과 목마름은 얼마든지 견딜 정도의
내공은 마련되어 있다.
다 울트라마라톤을 하면서 체득하게 된 인내심이 아닐지 싶은데
실제 배도 고프지 않았다.
용지봉부터 하산까지는 산행에 몰입했기에 사진도 없다.
정신없이 집중했었다.
<용지봉 팔각정, 저 아래 능선이 하산 코스>
무사히 팔판마을에 도착해 연휴 마지막 날,
나름의 훈련이자 도전을 마칠 수 있었다.
물도 마시지 않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지만
배는 그다지 고프지 않을 정도였다.
많이 먹는다고 산행 잘하는 게 결코 아니다.
<썬크림 떡칠한 어설픈 산꾼>
장유온천에 가서 때 좀 밀고 광 좀 낼려고 찾아갔는데
인산인해로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장유온천은 온천수가 아니더라.
그냥 온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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