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지리산행기

반선~천년송능선~영원봉~영원서릉~와운~와운옛길

구상나무향기 2016. 11. 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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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늘 동경의 대상이자 나만의 노스텔지어의 손수건이 걸린 곳이다.


가고 싶지만

자주 가지 못하기에 동경이 되고 그리움이 되는 이유다.







가을의 절정.


이 시기에 지리산을 탐하지 못하면 1년 내도록 후회가 될 듯하여

노스텔지어의 손수건이 걸려 있음 직한 장소를 찾아 떠나보았다.


코스의 선정은

뱀사골이었고 거긴 단풍으로선 지리산으론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론적 측면으론, 거기 풍경은 이미 겨울로 치닫고 있었고

탄성을 자아내거나 동공을 흔들만한 단풍의 서사는 이미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린 뒤였다.




<와운마을>



와운마을.


뱀사골,  한편에 평화롭게 자리 잡은 천혜의 마을이자

천연기념물 천년송이 언덕 위에 버티고 서있는 마을.


접근이 용이하면서도

지리산 정기를 제대로 느껴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오지의 마을이다.


이곳으로 통하면

와운골과 영원서릉, 명선북릉, 삼정능선, 뱀사골 등

다양한 등로가 있기에 지리산꾼들에게 반가운 '소통의 장소'다.




<원점회귀>



천년송이 버티고 서있는 언덕 위에서 시작하는 이른바 '천년송 능선'을 타고

영원봉까지 오르는 코스를 택했다.


삼정능선과 연결되어 저 멀리 연하천대피소까지 간다면 하루가 제법 멀듯 해서

영원봉에서 영원서릉을 타고 다시 와운마을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로 선택해봤다.


즉,

천년송능선(영원북서능)~영원봉~영원서릉~와운마을


오지의 코스.


"역시 지리산"이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개운한 코스다.




<천년송능선 들머리>




천년송능선에서 영원봉까지는

줄곧 오르막이다.


허벅지의 압박이 제대로 느껴지는 오름의 코스이기에

초보자들이 들러붙을 코스가 아니란 자평이다.


입구에서부터 마지막까지 '날 선 오름'을 겪어보는 아주 개운한 코스다.


반선에서 영원봉까지,

6km 오르는데 3시간 40분이나 걸렸다.





<영원산 직전의 소나무>



안개가 짙게 깔려 사방을 화이트아웃으로 물들여버렸기에

보이는 건 없었다.


영원봉자락에 오르면 천왕봉뿐만 아니라 반야봉의 자태까지

조망으론 으뜸의 장소인데도 오늘은

심술끼 가득한 마고할미의 장난으로 보이는 건 없었다.




<영원봉>



오룩스 맵엔 해발 1,290.5m 영원봉으로

표지석엔 영원산으로 1,282m로 적혀있다.


어느쪽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어째튼 오르기 힘들 다는 것만 진실이다.

 





"어디로 가십니까"


산더미 같은 배낭을 짊어 진 장정 셋이 올라오는 모습이 보여 물어봤다.

아마도 이 근처에서 야영했는가 보다.


"실상사에서 올라와 별바위등으로 갑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지리산 오지에서 만나는 산꾼들은 거의 대부분 '통하는 동호회'의 회원이기 마련이다.


역시나 동호회를 통해서 그 통성명이 되고보니

세상은 넓지만 한 편으론 좁다는건 늘 진리다.



<영원서릉 들머리>



영원봉에서 살짝 내려오면 왼편으로 영원서릉의 들머리가 열려있다.


이곳을 통해서 내려가면 와운마을과 개선마을로 갈라지는 두 갈래의 길을 만나게 되는데,

좌측이 와운마을, 우측이 개선마을이다.

직진하면 영원서릉의 끝까지 도달하는데 거기가 뱀사골터미널이다.




<좌측: 와운마을, 우측: 개선마을, 직진: 영원서릉끝>




와운마을로 내려가는 골짜기엔

길이란 없어 보인다.


나름 고로쇠 호스를 박기 위해 만들어진 희미한 토끼길이 보이긴 하지만

길이라고 말하기엔 어설플 정도다.


희미한 등로가 그나마 낙엽으로 뒤덮혀

길은 오리무중이다.


오룩스맵을 보며 방향만 잡고 내려갈 뿐이다.

사실 지리산 등로가 늘 그렇지만 그저 내가 가는게 곧 '길'인거다.









다행히 잡목이 많지 않아

내려가기엔 어렵지 않다.


더군다나 이미 다 지고 없어질 '가을의 낭만'들이 이곳에 오니

제법 알록달록한 빛깔로 산꾼을 즐겁게 해주고 있는게 아닌가.


나름 가을의 낭만을

뜬금없는 장소에서 누리게 되었으니,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행복을 누려보았다.






노스텔지어의 손수건은 늘 그렇게

뜬금없는 곳에 걸려있기 나름이다.


가을의 낭만들이 즐비한 숲을 벗어나니

그제야 다시 와운마을로 되돌아 서게 된다.


멋지게 한바퀴 돌아 내려온 셈이다.




<북두재능선에 가을이 내려 앉았다>



와운마을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와운옛길의 들머리가 나온다.


뱀사골 계곡을 벗어나 반선 입구까지 이어지는 옛길인데,

와운마을 사람들이 현대식 도로가 생기기 이전에 다녔던 둘레길이다.




<와운옛길>



와운옛길에 짙은 가을이 내리 앉았다.

고즈늑하고 한적한 가을낭만의 오솔길이 반선까지 내내 이어진다.


신선너덜길이라고 반선에서 뱀사골 요룡대까지 이어진

등산로가 있지만, 거긴 지금 공사중이다.


사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신선너덜길이 오히려 더 좋다.

계곡에서 볼 수 있는 멋진 풍광과 더불어 다양한 수종의 원시림이

뱀사골 계곡 내내 힐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와운옛길도 딴은 좋아 보이지만

그래도 신선너덜길을 추천한다.



<북두재의 소나무>




반선은 뱀사골 입구에 있는 마을의 지명이고

뱀사골은 계곡 전체를 일컫는 지명이다.


배암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배암사가 있는 계곡'이 뱀사골 지명의 유래다.


실제 배암사터는 와운옛길 참샘 근처

계곡에 존재한다.





다 내려왔다.

내려오니 반선 야영장으로 이어진다.





가을이 되니 쓸쓸해서 좋긴 하다.


아스라한 삭풍이 불어 제키는 가로길 한 편에 서서

코드깃 여미는 그런 추남이 되고 싶지만


현실은 늘 아제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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