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지리산행기

도장골~촛대봉~연하선경~일출봉능선

구상나무향기 2015. 9. 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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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16km

 

산행시간: 9시간

 

코스: 거림~도장골~와룡폭포~청학굴~촛대봉샘~촛대봉~일출봉~일출봉능선~거림

 

 

 

 

 

<출처: 국립공원 사진전 출품작, 촛대봉 능선에서 바라본 지리산>

 

 

"지리산의 가을은 촛대봉에서 온다."

 

지리산에서 들국화의 무리가

가장 많이 피어나는 언저리가 바로 촛대봉이다.

 

 

특히나 촛대봉을 시작으로,

안개낀 연하선경에서 보여주는 구절초의 무리들은

 

가히 신비로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그야말로 가을의 최고 명소라 할 것이다.

 

 

 

 

 

 

 

그날 안개까지 끼어 연하선경의 제대로 된 진면목을 느껴 볼 수 있었다.

 

흐려 멀리 천왕봉의 산세는 볼 수 없었지만,

연하선경 특유의 신비로움은 맑은 날보단, 안개 낀 날이 더욱 신비롭기만 하다.

 

어디서 백발노인이 흰 도포를 입고

당장이라도 나타날듯 그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곳이 바로 연하선경이다.

 

그래서 이름도 선경이 붙은게 아닐지 싶다.

 

 

 

 

 

<과남풀>

 

 

"토욜, 지리산 가실분 손!"

 

일주일 전부터 대대적인 광고를 했는데도

다들 삶의 전선에서 힘든지 선뜻 나서는 이가 없더니

 

불쑥 조은산님과 산마루님이 컨택을 해오신다.

 

3명이 뭉친건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듯 한데

예전에도 일출봉으로 스며들어 곡점으로 이어진 길고 긴 능선질을 했었다.

또 일출봉이라. 3명에게 있어 일출봉은 인연이 제법 있는가 보다.

 

 

 


 

도장골의 지세는 제법 부드러운데,

지리산에서도 유독 유순하다.

 

와룡폭포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으며

사실 길이 뚜렷하기 때문에 촛대봉까지 길찾는데는 문제없는 골짝이다.

 

산행에선 역시 체력이 제일 관건이다.

길은 찾으면 되는 것이고, 내가 만들어가면 되는게 길이다.

 

 

 

<와룡폭포>

 

 

후덥해서 그런지 그날 땀을 엄청나게 쏟아 부었다.

체질적으로 땀을 잘 흘리지 않는데

 

그날은 제대로 흘려본 날이다.

 

삼복 복날 더위 속에서 마라톤을 해도

이렇게 땀을 흘려본 적이 없었는데, 후덥한 습기 속의 열기는

역시나 찜질방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와룡폭포, 의례적 똥폼>

 

 

와룡폭포에서 얼마간 진행하면

좌측: 촛대봉골 우측: 연하봉골, 들머리가 나온다.

 

연하봉골은 연하선경 중간쯤으로 뚫고 나오는데

수려한 계곡이 아닌지라 딱히 추천할 길은 아니다.

 

촛대봉에서 보는 풍경과 조망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볼것도 없이 촛대봉골 추천이다.

 

 

 

<촛대봉 능선 진입>

 

 

 

"촛대봉 샘 위치 알려주세요"라고

질문을 올렸더니

뜬금없이 진주아재님께서 반갑게 전화를 주셨다.

 

대충 이야기를 듣고 보니 머리속에 지도가 그려지지만

그래도 직접 가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산길이라

저어기 궁금했었다.

 

이번 산행에는 청학굴과 촛대봉 샘을 찾는 미션도 포함되어있는 터라

미지의 장소를 찾아내는 그럼 약간의 탐험심도 있어

더욱 재미있는 지리산행 길이었다.

 

 

 

 

 

사람은 행복하자고 인생을 산다.

불행하자고 사는 사람은 당연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삶의 규범은 '행복'이 늘 초석이 된다.

 

그런데

행복은 어떤것일까?

뭐가 행복인가?

 

개똥 철학의 답변은 하나다.

 

내가 만족하고 살면 그건 행복인거다.

 

남을 불행하게 하면서 행복해도

그건 행복이다. 다만, 그건 '불편한 행복'인거지 참된 행복은 아닐것이다.

 

 

 

 

<청학굴>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남이 만들어서 나에게 쥐어주는 게 아니다.

 

불편을 감수하며, 불편한 행복을 찾느니

나를 위한 참된 행복을 찾아가는 게 정말 올바른 길이 아닐지 싶다.

 

산행 하면서

내내 생각해본 미성숙 철학자의 관념이다.

 

 

 

 

<촛대봉 샘터>

 

 

 

집착은 나에게 어울리는 철학이 아니다.

 

구속보단 자유

집착보단 안정과 평화. 가치보다 실리.

 

늘 그래왔다. 

 

 

 

 

 

 

나는 고민거리가 있음 장거리 산행을 떠나는데

그만큼 깊고 오랜동안 사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고민과 사색은 한 편으론 성숙한 자아를 선물하지만

때론 그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는 단점도 있다.

 

 

 

 

혹독한 여름이 지나가고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은 가을이 찾아왔다.

 

정말이지 무덥고 무더웠던 올 여름이 아니었나 싶다.

 

예전 인도에 방문했을 때 그때 온도가 40도였는데

그 온도를 이젠 한국에서도 겪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구절초와 개쑥부쟁이>

 

 

 

세월은 돌아 어김없이 가을이 찾아온 지리산 촛대봉이다.

 

자켓을 여미지 않으면 춥기만 한 그날

지리산이었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더욱 싸늘하기만 했었다.

 

 

 

 

 

<촛대봉>

 

 

어느듯 연하선경을 넘어 연하봉의 일출봉 능선에 다다른다.

한달음에 달라뺐더니 진도가 순식간이다.

 

 

 

 

 

 

일출봉 능선은 제법 길다.

지리산 3대 최악의 능선이 곡점능선. 황금능선. 일출봉능선인데

 

가보지 않고서는 상상조차 버거운 산죽밭의 험난한

여정이 산꾼의 체력을 시시각각 잡아먹는 곳이다.

 

오르락내리락

산죽은 사람 키 보다 높아 낮은 포복으로 기어야 하며, 그아래 이어진 길은 매우 미끄럽다.

 

이런 길을 최소 3~4시간 심지어 5시간 이상을

이어가야 하는게 바로 3대 능선이다.

 

*그중 최악 중 최악이 바로 황금능선이다.

 

비가 많이 오지는 않았지만,

산죽 아래로 기어가야 하기에 산죽에 묻은 빗물이

사람 몰골을 물에 빠진 생쥐꼴로 만들어버린다.

 

 

 

<정신없이 산행했다>

 

 

드디어 하산했다.

아침에 차 대놓고 떠난 바로 그 지점으로 말이다.

 

일출봉능선이나

곡점능선

그리고 황금능선은 길이가 10km에 육박하는데, 물른 길이만 긴 게 아니라

길도 매우 험난하기에 하루만에 돌아 내려 오기가 버겁다.

 

새벽같이 올라 내려오면 모를까 어설프게 굴었다간

식겁하는 능선들이고, 능선에 갈림길이 엄청 많아서 초보자들은

절대 조심해야 하며 가급적 혼자서는 가지 말아야 할 능선이다.

 

 

 

<산마루님과 하산 완료 기념>

 

 

 

간만에 지리산에 올랐다.

들국화의 낭만을 최대한 즐기며, 오롯이 산행에만 몰두한

낭만의 산행이 아니었나 싶다.

 

이제 또 가을이 시작되면, 단풍과 더불어

'날 떠나게 만드는 모티브'들이 나의 역마살을 부축이게 될 것이다.

 

무엇이 걱정인가

그럼 떠나면 될 것을 말이다.

 

 

 

 

 

 

 

몽블랑 여행을 다녀온 후

삶의 무게 때문에 이래저래 마라톤에 대한 열정을

잠시 놓아두었는데,

 

10월달에 두 개의 대회를 계획해놨다.

알찬 나만의 열정을 두 마라톤 대회에 쏟아 부을 예정이다.

 

다시 힘을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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