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봉
멀리서 보면 바리때를 엎어 놓은듯한 모습이라 해서 바래봉이라 한다.
정말 그래 보일까?
진짜 그런가 싶어서 천왕봉 오를때 마다 아니 바래봉이 보이는
지리산 언덕배기 어느매에 있을때마다 바래봉을 보며 풍수지리적 상념에
잠겨본적도 있었다.
하지만
도무지 그림이 안나온다.
돼지평전이 돼지가 많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하지만
반야봉 아래 노루목은 노루하고는 정작 상관이 없다.
늘어진 고개 또는 늘어진 목이라는 뜻으로 노루목이다.
혹 바래봉도 우기기식 지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도대체가 내눈에는 바리때로 안보인다.
<철쭉>
바래봉에는 사계절 꽃이 핀다.
봄에는 철쭉
여름에는 붓꽃
가을에는 구절초
그리고 겨울에는 눈꽃이 화려한 봉우리다.
참으로 많이 올라본 봉우리지만 오늘 처럼 이렇케
입이 벌어져 환호를 질러본적은 이번이 처음이지 싶다.
해마다 철쭉 보겠다는 일념으로 걸음했지만
시기적으로 맞지 않아 항상 아쉬운 걸음을 했더랬다.
지리산의 세석철쭉이 유명하다 하지만
갈수록 작황(?)이 좋지 못하다. 개화꼴이 점차 나빠져 피어나는 개체수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철쭉은 개체수가 많다고 꽃을 모두 피우지 않는다.
군락지에 가도 드문드문 꽃구경을 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떄문이다.
나무마다 해걸이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철쭉은 해마다 꽃을 피운다.
군락지에 가면 그 전부가 꽃을 피움으로 화려하기론 철쭉보다 앞선다.
<철쭉과 산철쭉>
청초하고 우아하기엔 철쭉
화려하고 농염 짙은 매력으론 산철쭉이다.
비로 인해 청초한 모습의 철쭉이 더욱 예뻐 보이는
산철쭉과 같이 피어나 묘한 대조를 이루는 바래봉의 능선길이다.
산철쭉과 철쭉 둘의 혼합의 조화미는 대한민국에서는
바래봉 만한곳은 없다고 본다.
<철쭉>
주능선 보다 더 거친 역동성을 보여주는 것이 서북능선이다.
하루만에 넘어가기란 항상 버거운 능선길이였다.
예전 태극종주떄
야간에 인월 세걸산에서 올라 바래봉 언덕배기에서 비박을 해본적이 있었다.
그때가 2002년 6월이였는데 처음으로 바래봉을 오른 그때였다.
그것도 야간산행으로 말이다.
너무 피곤해 바래봉 정상에서 내려와 다소 평평하다고 생각했던 아무곳에서
침낭만 깔고 비박했었다.
아침에 온갖 새소리와 꿩소리 그리고 따가운 햇볕에 눈이 뜨였는데
겨우 힘든 몸을 일으키며 바라봤던 그때의 바래봉!
그 푸릇했던 바래봉의 기억은 내내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명장면이 되고 말았다. 한번씩 꿈에서도 나타난다.
그후
푸른 초원으로 가득했던 그떄보다
지금은 산철쭉이 더 많이 자라고 식재한 구상나무들이 아름드리 거목으로
자라난 점차 숲으로 변모해 가고 있는 바래봉이다.
특히 산철쭉 번식이 더 많이 된듯 싶다.
구상나무와 삼나무가 지금 보다 더 많이 자라고 산철쭉이 계속 우점하여 자란다면
아마 지금의 바래봉 풍경은 크게 바뀌게 될것으로 보인다.
숲속 곳곳에도 풀밭보다는 박새나 동의나물 군락이 더욱더 확대되었고
딱총나무 같은 관목이 예전보다 더 많이 보이는게 분명 식생에서는
예전 보다야 종의 다양성이 매우 건강해 보인다.
30년전
면양떼가 다 뜯어먹어버린 그때의 목장 같은 풍경을 기억한다면
향후 30년 후라면 산철쭉이 가득 자라나는 바래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산철쭉과 철쭉>
곱게 피어난
산철쭉 너머로 지리산의 주능선이 아득하게 펼쳐지고 있다.
팔랑마을로 떨어지는 지능선 그리고 그 뒤로 산그리매가 첩첩 이다.
심마니능선도 와운능선 영원능선 그리고 그 뒤로 주능선까지도...
사진에 보이지 않지만
비와 바람이 억세게 몰아치는 사정이었다.
렌즈의 물방울을 닦고 또 닦으면서 촬영한 장면이다.
<산철쭉>
지금 배경음악으로 들리는 음악은 '엘 콘도르 파사'다. (El Condor Pasa)
번역해서 '철새는날아가고' 또는 '독수리는날아가고'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음악이다.
콘도르라는 말은 잉카인들 사이에서는
"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 "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잉카인들은 그들의 영웅이 죽으면 콘도르로 부활한다고 믿고 있기에 콘도르는
잉카인들에게 있어서 삶과 종교적인 상징성을 가진 새이기도 하다.
자유로움의 상징 그 콘도르가 생뚱맞게
바래봉에서 느껴지다니...참 이질맞기도 하다.
하지만
자유롭고 싶은건 인간의 모든 소망인지도 모른다.
우린 늘상 수많은 구속의 덫 속에서 살고 있지 않는가.
사람들이 산을 찾아 오르는건
아마 자유롭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다.
<콘도르는 자유의 상징이다>
모두가 하산하고 있을 그 싯점에
산더미같은 배낭을 짊어지고 바래봉을 올랐다.
임도길을 마다하고 옛길을 택하여 한달음으로 능선으로 치고 올랐다.
바래봉 샘터에 도착한 시간이 밤 8시경이였다.
비록 밤이지만 피어난 수많은 철쭉꽃을 보며
올라온 보람을 절실히 느낀 그날밤의 아름다운 추억이였다.
야영의 묘미와 야간산행의 진수는 해보지 않는자는
그 맛을 모른다.
빗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진건 그 다음날 아침부터였다.
팔랑치로 넘어갈때쯤 그 방울짓던 빗방울들은 모두 성난 폭우로 바뀌어져 있었다.
바람과 폭우
그리고 집착과 집념을 넘어 오기 하나로 카메라를 부여잡았지만
결국 촬영된 장면의 모습은 실제의 장면과는 너무 턱없다.
눈은 결코 발보다 빠르지 못하다.
그곳에서 직접 겪은 5월의 아름다움은 사진으로서는 표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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