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기/지리산행기

지리산 서북능선-노고단-반야봉-쟁기소

by 구상나무향기 2010. 1. 26.
728x90

 

 

<팔랑마을 입구>

 

지리산 서북능선!

이름 그대로다 천왕봉을 기준으로 서북쪽에 위치한 능선인데

성삼재에서 바래봉까지 이어진 길고 긴 능선을 말한다.

 

거리는 능선간 약 20km 남짓하며

성삼재에서 노고단의 2.7km 정도를 포함하면 약 23km 정도의 거리다.

 

개인적으로 2002년

그리고 2009년 각각 넘어본 경험이 있는데 모두 11시간 정도 걸렸다.

 

빨리가면 10시간에서

늦게가면 12시간 정도 보면 되겠는데 겨우철이면 아무래도

해가 짧아 야간산행까지도 염두해야 한다.

 

 


<팔랑마을 가는길>

 

 

팔랑마을 입구에서 시작하면 좀더 편안한 접근이 가능하다.

팔랑치로 손쉽게 오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겨우내 눈꽃이 화려하기로 소문난 바래봉이다.

그리고 산철쭉 개화로 유명한 5월때면 어김없이 서북능선을 찾곤 했다.

 

아무런 생각없이 걷는데 몰입하기엔 최적의 장소다.

25km 구간이라도 일반산에 비하면 거의 30km 이상의 무게감과 진배없다.

지리산이 어디 쉬운가 말이다. 

 

 


 

팔랑치에 도달하니 역시 칼바람이 매섭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더욱더 기승을 부린다.

 

하지만 눈바람은 곧 잠잠해지기 시작하더니

세걸산을 넘을쯤 해가 빼꼼히 보인다.



 

<서북능선>

 

 

바래봉을 포함한 서북능선 일부구간은 철쭉으로 유명하다.

그이유는

예전 1970년대 면양떼를 남원 운봉종축장에서 방목을 했는데

 

면양들이 독성이 있는 철쭉은 남겨두고 다른 식물들은 모두 잎을 뜯어 먹어버려

고사시켜 버린것이다. 

 

그후에 벌거숭이 언덕에 조림용 삼나무와 구상나무를 심었다.



 


 

능선 구간은 제법 부드럽게 다가온다.

지리산의 능선구간이 다 그렇듯 눈이 제법 쌓여 있다.

 

며칠전 내린 비가 아니였다면 아마도

무릅이상의 적설이였을게다.

 

비로 눈이 녹고 추위로 다시 얼어버려

등산로는 거의 빙벽 수준이다.

 


 

 

 

 

구간구간 아침에 내린 눈과

그리고 찬 기운에 빚어진 상고대가 서북능선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다.

 

역시 겨울 산행의 제맛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세걸산 도착하기전 봉우리의 모습이다.

부운치는 부운마을에서

그리고 세걸산은 덕동마을에서 바로 오를 수 있다.

 

짧게 서북능선을 즐기고 싶다면 샛길을 이용해볼만 하다.


 

 

 

 

능선 내내 이러한 풍경과 함께했었다.

 

정령치를 넘어 만복대를 넘어가는 오후 시간에는 이러한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고리봉 도착하기 전까지 내내 눈꽃터널과 함께 했었다.



 

 

 

 

앞으로 넘어가야할 능선이다.

저 오른쪽 끝에 달린봉이 바로 고리봉이다.

 

바로 앞에 떡 버티고 있는 봉우리가 바로  세걸산이다.

시험에 들게 하는 구간이다.


 

 


이때가 가장 눈꽃이 화려했던 시간이 아니였나 싶다.

세걸산 도착전 부터

 

날씨도 개어 오전내내 보이지 않았던 바래봉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부터 드문드문 파란하늘도 감상된다.

 

 

 


 

하지만 기온은 급전직하여 영하의 매서운 날씨가 계속된다.

배낭옆에 넣어둔 물병의 물은 얼어서 마시지를 못했다.

 

잘 얼지 않는 탄산음료도 얼었고

보온병 물만 제구실을 할 정도다.


 

 


 

세걸산과 고리봉 능선 구간이 눈꽃으로 완전 덮혔다.


 

 

 

잘찍고 싶지만

영하의 매서운 날씨와 서둘러야 하는 시간

그리고 변화무쌍한 날씨로 인해 제대로 못찍은건 내내 아쉽다.

 

나는 왜 저런 풍경 앞에서면 굳어 버리는 걸까



 

<세걸산 고리봉 구간의 눈꽃> 
 

세걸산에 도착했다. 여기까지가 아마 서북능선 삼분의 일 정도 거리다.

그런데도 시간은 온통 다 잡아 먹었다.


 

 

 


발자국을 보아하니 고양이과 동물이다.

요즘 고양이과 동물은 거의 대부분 멸종위기종이다.

 

아마 그중에서 좀 흔한 '삵'이 아닐까 싶다.

설마 호랑이겠나..

 

토끼나 고라니 같은 동물의 발자국은 제법 흔하다.

 


 

 


 

저멀리 바래봉이 보인다. 잠시 구름이 개인틈을 타서 찍은거다.

지나온 길이 참으로 아득하다.

 

천리길도 한걸음 부터라는 말은 마라톤이나 산행과는

참으로 궁합이 어울리는 격언이다.

 


 

 

 


정령치로 내려서기 직전에 있는 고리봉이다.

여기가 큰고리봉

성삼재로 내려서기전 봉우리를 작은고리봉이라 한다.

 

백두대간은 여기서 부터 고기리로 하산해야 한다.


 

 


돌아본 풍경이다.

벌써 구름이 휘감아 버렸다.


 

 



정령치에 도착하니  썰렁하다 못해

을씨년 스럽기까지 하다.

 

정령치는 인월과 남원간 이어주는 국도인데 겨우내 결빙 때문에

도로를 폐쇄해버리기 때문에 차량 통행이 없는곳이다.

 

정씨가 다스렸던 지역이라 해서 정령치라 하는데

해발 1,000m가 넘는다.

 

비상시 정령치 휴게소의 화장실에서 하룻밤을 보내도 된다.

 


 

 

 

 

정령치에서 만복대까지는 40여분이 걸린다.

아무 생각도 없이 밑에 땅만 보고서 걸었던 시간이다.

 

도착하니 일몰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제부터 해가 질것이다. 바람은 더욱더 거세지기만 한다.

 

갈길은 멀고

해는 지고

그리고 날씨는 너무나도 춥다. 나중에 대피소에 도착해서 온도계를 보니

영하 16도 였다.

 

그러니까 칼바람이 부는 그때의 사정으로 본다면

체감온도는 족히 영하 20도는 되는 상황이였을것이다.

물은 얼어서 아예 마시지도 못하고 있었다. 뚜껑은 안간힘을 쓰도 안열린다.

 



 

 

이마에 랜턴을 달고

한손에 후레쉬를 켠체 그렇케 터벅터벅 산길을 걷는다.

 

칠흑같은 어둠속

아무도 없다.

 

간혹 산짐승 울음소리만 간간히 들릴뿐이다.

 

지금 이순간

지금 이시간

 

오로지 나와 어울리는 시간이다.

 

거친 숨소리

그리고 매서운 한파속에 흐르는 땀방울...

 

해본자 만이 그 산행의 진가를 이해해주리라 본다.

 

아님

'저놈 미친놈' 된다.

 

 

노고단대피소에 안착한 시간이 22:00였다.

12시간의 산행 시간이 걸린셈이다.

 

 

 

 

 

노고단대피소는 매우 더웠다.

예전 추워서 덜덜 떨면서 몇번씩 잠에서 깨어났던

뱀사골대피소의 추억과는 완전 정반대의 현상이다.

 

더워서 몇번을 깨고 또 깼다.

밖의 온도가 영하 16도라는데 대피소 내부는 더워서 이리뒹글 저리뒹글했을 정도다.

 

 


 

반야봉을 넘어 심마니능선으로 하산하고자

늦은 아침을 먹고서는 천천히 엉덩이를 떨친다.

 

때마침 남부능선쯤의 새벽녁 안개가 장관이다.

마치 섬과 섬사이을 이어 놓은듯 하다.

 

파노라마 사진으로 한번 감상해보자

7장 사진 붙혀 놓은거다.


 

 


  

반야봉 엉덩이다.

나름 자주 찾아갔지만 겨울에는 별로 가보질 못했다.

 

항상 연안김씨지묘가 있는 헬기장에서 비박을 하곤 했었는데

이끼폭포골이나 아님 심원으로 자주 하산하곤 했다.

 

오늘은 예전 봄날 힘겹게 올라왔던 심마니능선으로 내려가고자

걸음했다.

 


 
 

반야봉에 힘겹게 오르니 사통팔달의

진풍경과 더불어 짙푸른 하늘색 너머로 천왕봉이 잡힐듯 다가온다.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조망되는데

이런 날씨 지리산에서 보기란 좀처럼 드물다.


 

 


 

어제밤 힘겹게 걸었던 성삼재도 아스라히 드러난다.

성삼재에서 공단파와 나름 입씨름도 하긴 했었다.

 

결국 서로 미안하다 했지만 공단의 존재 이유에 대한

설전과 그리고 야간 산행에 대한 질타로 인한 공방전이 조금 뜨거웠다.

 

공단 직원과 부딛친게 어디 하루이틀인가

난 그들의 약점을 알고 그들은 나의 약점을 안다.

 

그래서 언제나 싸움은 싱겁게 끝을 맺는다.


 

 

 

오른쪽 봉우리가 만복대의 모습이다.

여기서 바라보는 낙조가 아름답다 하여 반야낙조는 지리 10경이 되었지만

 

노고단대피소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또다른 탁 트인 장소가 나오는데

실상 그기가 조망하기는 더 좋다.

 

반야봉은 수시로 구름이 휘감기 때문에 반야낙조를 조망하기란

쉬운일이 아닐지다.



 

 

 

자...이야기는 여기서 부터다.

반야 중봉을 넘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심마니능선을 타고자 했다.

 

그런데 눈이 제법 상당했다.

완전 덮어 버려 길인지 숲인지 구분이 되질 않는다.

 

잠시 착각으로 심마니능선 들머리를 놓쳐 버린것이다.

사태는 즉각 파악되어

 

심원마을로 하산코스를 급변경 했다.

 

그런데 그역시 또 문제에 봉착하고 말았다.

 

심원마을로 내려가던중

어느 짙은 산죽밭....

그기서 등산로는 소멸하고 말았다.

 

산죽밭을 아무리 뒤져도 길은 보이지 않는다.

낙엽이 내려앉고 눈까지 뒤덮혀 길을 찾기란 도무지 오리무중이다.


 

 

 

 

소위 빨치산 모드가 되어 버렸다.

나름 토끼길과 멧돼지길을 쫒아 능선 방향을 타고 내려간다.

 

이대로 내려서면 어딘지는 몰라도

일단 계곡으로 내려가자는 심상이였다.

 

길은 험했고 가팔랐다. 하지만 어둑어둑 해지는 겨우내 해걸음에 비한다면

걸음이 빨라질 수 밖에 없음이다.

 

대충 지도와 나침반으로 운을 떼어보니

심원과 쟁기소 중간쯤으로 파악은 된다만...

 

여기가 어딘지는 도시 모를지다.

 

결국 계곡에 도착했는데...

떡하니 큰계곡이 길을 막고 있다.

 

길 ? 어차피 만들어온 길 아닌가...

빨치산 모드에서 길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능선과 능선 사이의 협곡이다.

여기서 어찌하라고...시간은 오후 4시다. 2시간 후면 일몰의 시간

계곡안이라면 5시면 어두워질 시간이다.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질 않으면 안될 조급함이 생긴다.

처음으로 조난에 대해 고민을 했었다.

 

 

 

지도와 나침반을 다시 점검하고

물이 흐르는 방향을 보니 대충 감은 잡힌다.

 

일단 물이 흐르는 방향대로 향하고

능선이 있으면 넘어가자는 계산이였다. 

 

얇은 지세의 계곡이 아니다.

산중에 뭔 이리 큰 계곡이 다 있나 싶었다. 소와 징담은 내내 이어지고

시간만 많았다면 사진빨 받을 풍경도 더러 많았다.

 

일단 계곡을 건넜다. 꽁꽁 얼어버린 계곡이지만 며칠전 내린 비로

얇은 빙판으로 변해 있었다. 밟으니 쩍쩍 갈라진다.

 

 

 

 

겨우 건너 건너편에 서니....

왠.....고로쇠 호스가 보이는게 아닌가....

 

역시..지도상 쟁기소와 심원마을간 이어진 길로 접어 든것이다.

순간 쫄았지만

선택은 훌륭했다. 나름 산행 경력이 약간 발휘된 싯점이고 보면

내 자신이 좀 기특해 보이기도 하다. 뭐 이의는 걸지 말자

 

아님 지리산 산길이 그만큼 많았던 탓이기도 할꺼다.

웡캉 길이 많다보니 그냥 내려와도 길을 만난듯도 싶다.

 

나중에 보니 내가 내려선 골짝이가 봉산골쯤 될듯 싶더라

이웃에 얼음골이 있다.

 

봉산골로 내려와 쟁기소로 이어진 등산로를 걸은것으로 추정된다.

역시

한참을 걸어내려오니 쟁기소다.



 

 

쟁기소는 사진과 달리 정말 무서울 정도로

그 깊이와 넓이가 남다른 소다.

 

겨울에 봐도 이정돈데 여름에 오면

사뭇 아찔하겠다.


 

 


 

쟁기소는

성삼재 올라가는 국도변에 그 입구가 열려있지만

꼭 이곳만이 입구는 아니다. 달궁에서 부터 걸을 수 있다.

 


 

 


 

반야봉에서 쟁기소까지는 7km 구간이지만

본인은 그것보다 훨씬 애둘러 걸었으니 거리는 이보다 많이 나왔을것이다.

 

순간 당황스런 시간도 있었지만 2틀 동안 지리산에  죽고 산 시간들이였다.

 

히치해서 타고온 트럭 짐칸이지만

저멀리 2틀간 걸어온 서북능선을 바라보니 나름 썩소가 지어진다.

 

고생도 했지만

역시 지리산이 아니면 이러한 짜릿한 스릴감과

부단함은 어디서 겪어볼 수 있겠는가

 

역시 지리산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