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체력 단련전이 되어버린 나만의 천왕봉 등정.
천왕봉이야 지리산 다니기 시작해서부터 수도 없이
오르고 내린 봉우리.
지리산 산행, 혹자는 천왕봉 코스가 어렵다고 하지만
지리산에는 천왕봉 보다 더 어렵고 난도 높은 곳이 수두룩 빽빽하다.
그저 나에겐 천왕봉은 땀 빼기에만 딱 좋은 코스일 뿐.
가을, 단풍의 낭만을 찾아
천왕봉을 찾은 건 아니다.
연동골, 불무장등, 조개골, 도장골 등등
지리산에서는 이 보다 더 좋은 단풍 코스가 넘치고 찬다.
하지만 그래도 난 이 천왕봉 코스를 찾은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나만의 체력 단련을 위한 것.
나이가 들고
뱃살이 늘고 체력이 줄어들면서 객관적인 나만의 체력 측정법이 필요했었고
어느 해부터 이 천왕봉 코스의 기록을 가지고
자신만의 체력을 체크하는 나만의 연례행사가 되었다.
마라톤을 하면서 최고의 체력을 가진 나이대에
기록했든 시간은 7시간 5분
한참 지나고 마라톤을 접고 체력 테스트을 위해 몇 해 전 기록은 6시간 43분
올해는 과연 몇 시간 만에 천왕봉을 오르고 내렸을까
코스는 중산리탐방로입구~칼바위~법계사~천왕봉~장터목대피소~중산리탐방로입구
천왕봉으로 가는 가장 오르막 코스이자
땀방울 먹어가며 올라야 하는 급경사의 난이도.
중산리탐방로입구에서 천왕봉까지 정확하 게 3시간 5분이 걸렸다.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걸은 나만의 시간.
잠시 화장실 간다고 천왕샘에서 천왕남릉 구석으로 들어간
시간도 포함이다.
이건 내 기준의 방식
단풍은 거의 없었기에 사실 단풍의 낭만은 없는 코스다.
그냥 산행에만 몰두했든 시간.
사실 단풍을 보고자 했다면
오늘 난 천왕봉을 찾지 않았을 것이다.
지리산 최고의 단풍 코스 연동골을 찾으려고 했지만
동료의 펑크로 홀로 산행 기획으로 즉흥 계획을 세워
천왕봉에 오른 것.
새벽같이 일어나 여기까지 오려면
사실 꽤나 귀찮고 부산을 떨어야 가능한 일이다.
주말, 잠이나 푹 잘 것이지,
새벽길 달려오는 것 자체가 사실 예삿일이 아니다.
집에서 나오는 그 자체가 사실 힘든 것.
그래도 지리산 다니려면
새벽 별 보는 건 기본이다.
뭐든지 그만큼 부지런해야 성과를 이룰 수 있는 건 세상사 이치.
산행도 마찬가지다.
새벽에 비가 잠시 내렸는지
천왕샘에 물이 가득이다.
바가지 가득 뜨서 목을 가득 축여 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샘, 천왕샘
이 물을 못 마시면 어떤 물을 마시겠는가.
주저 없이 벌컥벌컥 들이켜 "이 맛에 지리산 오지"라며 감탄사를 내뱉어 본다.
3시간5분. 중산리탐방소입구에서 천왕봉까지 걸린 시간.
이제 앞전 6시간 43분의 기록가 비슷하려면
3시간 40분 정도의 시간만이 남는다.
여기서 장터목에서 다시 중산리의 멀고 먼 길을 걸으려면 빠듯하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마라톤은 늘 그렇다.
마라톤은 쉬어서는 안 된다. 아니 쉬면 안 된다.
뛰거나 걷거나 어쨌든 '멈춤'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되는 스포츠가 마라톤.
오늘 난 이 천왕봉 등정을 마라톤 개념에 빗대어 왔기에
하산 때까지 전혀 쉬지를 않았다.
기록에 보니 쉬는 시간은 불과 7분으로 남았을 정도
그건 약간의 간식 취식과 화장실에 들어간 시간
천왕봉에서 장터목대피소 그리고 중산리탐방안내소까지
약 4시간가량 남았다고 여긴 시점.
왜냐하면 앞전 천왕봉 왕복을 6시간 43분에 종료했기에
뱃살의 아우성으로 요동치는 작금의 사정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7시간을 목표치로 잡았기 때문이다.
서둘러 내려오니 어느덧 제석봉.
성큼성큼 장터목 대피소까지 도착해 버렸다.
이때부터는 시계를 보지 않고
하산에만 몰두했었다.
하산은 무릅 보호에만 신경 쓰면 허벅지 근육 쓰임새는 다소 줄기에
스틱을 이용해 속도전을 낼 수 있었다.
성큼성큼 뛰다시피 하산했는데
어느덧 칼바위까지 도착. 그때서야 시계를 보았더니 아직 6시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이 아니든가
"와..내가 이리 빨리 걸었나"
처음에는 시간 계산을 어플이 잘못했나 싶었을 정도로
너무 빨라 의아했었다.
중산리탐방소에 도착하니 5시간 52분.
작년 6시간 43분 보다
51분이나 빨랐다.
1년 동안 아직 내 실력은 건재했고
내 신체 능력치는 전혀 줄지 않았음에 감사할 다름이다.
하산하면서
지리산버거라는 햄버거 맛집이 있어
들러 햄버거로 점심 식사를 해보았다.
등산 중 간식으로만 식사를 했고
앉아서 전혀 먹지를 않았기 때문.
지리산버거의 맛은 수제 버거로서 그 맛이 일반 햄버거 보다는 낫다는
자평이다.
시간되시면 먹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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