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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블루로드 A코스 포함 28km 걷기

by 구상나무향기 2020.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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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불해수욕장

 

 

 

어디를 가볼까 내내 고심을 했었다.

 

"신나게 뛰어봐?"라는 생각도 했지만 

연휴 기간, 먼 곳에 대한 그리움이 있어 나의 노스텔지어의 손수건을 걸어 보려

겨울바다로 향해보았다.

 

지금 한창 ing 중인 해파랑길, 부산에서 포항까지 진행중이다.

(제주 올레길은 120km 걸었다. 역시 진행중)

 

마음에 드는 코스가 있음 그때그때 코스가 정해지는 게

나의 해파랑길 걷기 특징.

 

영덕에서 시작하는 블루로드는 해파랑길과 같은 코스인데

그중 하루나절 개운하게 걸으면서 원점회귀가 가능한 곳을 찾으니  A코스가 나온다.

 

블루로드 A코스는 강구항에서 해돋이 광장까지 17km.

그곳에서 다시 강구항까지 걸어오면 대략 30km가 되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실제로 걸어보니 28km.

시간은 대략 7시간 정도 예상했는데 정확하게 딱 맞았다.

 

 

 

블루로드 입구

 

 

블루로드 A코스는 몇 년 전 경험이 있는 코스.

 

그때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강구항에서 일부 구간을 걸었는데 숲의 길이 너무 좋아 언젠가는 온전히 다 걸어보리라

다짐을 했었다. 

 

그리고 몇 해 후, 나는 이 블루로드를 걸을 수 있었다.

나는 마음속 다짐은 언젠가는 하고 마는 실천궁행 집념의 소유자다.

 

 

 

 

 

 

 

A코스는 바닷가의 낭만은 없다. 해파랑길 통틀어 온전히 숲으로만 이루어진 코스.

 

코스 전부 숲의 길이다.

 

꼬불꼬불 이어지는 숲과 임도 그리고 도로로 이어지는 17km의 루트.

 

숲의 길은 매우 얌전해 굴곡이 없고 높낮이가 일정해

걷기에 매우 쾌적하다.

 

A코스 최고봉 고불봉에 오르면 그제야 조망이 보인다.

하지만 이 코스는 조망 보다는 숲의 길 그자체를 즐기는 낭만의 코스라고 보는 게 더 어울릴듯.

 

 

 

 

고불봉 직전에 본 산야

 

 

 

고불봉을 지나고 나면

그때부터는 지루한 임도가 시작되는데

 

바로 풍력발전단지로 이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크기의 위용을 자랑하는 풍차들이 산 위에 거대하게 솟은 풍경을 보게 되는

이색적인 구간.

 

 

 

 

고불봉

 

강구항에서 여기까지 대략 9km.

이제 산길은 끝나고 8km은 임도다.

 

풍력단지가 있는 곳, 바로 임도가 구곡간장 이어진다.

 

 

 

고불붕에서 바라본 영덕 시내

 

 

 

 

지루한 길.

한발한발 천천히 사색하며 걷기에 매우 좋은 길이다.

 

임도는 구비구비 돌고 돌아 풍차를 훑고 지나가게 만들었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늘 그렇치만 항상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라톤을 하더라도

산행을 하더라도

그리고 걷고 뛰고 하는 순간에도 사실 그다지 머리속은 평화롭다.

 

복잡한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운동을 하면 더 머리를 비운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나의 수양법이다.

 

혹자는 그런다.

 

"산행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도 하면서 정리를 한다"라고 하는데

도대체 뭔 생각을 산에까지 와서 하는가 반문하고 싶다.

 

그냥 조용히 무념 속, 나는 걷고 또 걸을 뿐이다.

 

 

 

풍력발전단지가 멀리 보인다.

 

 

 

정말 생각 없이 걷고 걸었더니 어느덧 A코스 종점에 도착해 버렸다.

이쪽 방향은 일출 방향이라 어느 곳에 있어도 일출을 맞이 할 수있는 방향.

 

그래서 이쪽 해안가엔 일출이 보인다는 간판을 내건 모텔과 팬션 등의

카페와 숙박 시설이 가득하다.

 

이제 우틀하여 강구항으로 돌아가면 된다.

이곳에서 강구항까지는 9km.

 

어둑어둑해지는 소담스런 어촌 마을의 정서를 감상하며

어느덧 묵직해진 발걸음을 즐기면 된다.

 

후반부가 더 신나는 게 원래 마라톤이다.

 

체력과 정신력은 비례하는 게 원칙. 이제 고작 17km 걸었을 뿐.

지칠 이유가 없었다.

 

 

 

해맞이 광장

 

 

 

영덕은 온통 청어과메기 천지다.

구룡포가 꽁치로 과메기를 만드는 곳이라면

 

이곳은 대부분 청어로 과메기 덕장을 만들었다.

 

과메기는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다는 ‘관목(貫目)’에서 유래했는데

 

‘목’은 경상북도 포항시 구룡포의 방언으로 ‘메기’라고 발음하므로,

관목을‘관메기’라고 불렸는데, 그 뒤에‘ㄴ’이 탈락하면서 ‘과메기’로 부르게 되었다.

 

원래 과메기 원조가 청어다.

그후 청어가 사라지고 꽁치가 많이 잡히면서 꽁치로 바뀌게 된 사연.

 

그러다 또 최근 꽁치는 사라지고

되려 청어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영덕은 포항과 달리 청어로 과메기를 만든다.

 

 

묵직해진 발걸음, 서둘러 걸어 어둑어둑해지는 강구항에 도착하니

어느덧 17:30분

 

7시간, 예상했던 시간 그대로다.

 

 

 

 

고래불 해수욕장

 

 

코로나 때문에 산속에서도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모두 마스크를 썼다.

 

마스크가 생활화 된 시대.

우리는 언제까지 이 바이러스와 기나긴 싸움을 이어가야 할까?

 

 

 

 

 

 

 

벌써 1년이 흘렀다.

2020년, 바이러스와 싸운 시간.

 

제발 내년엔 마스크 벗고 사는 시대가 왔음 좋겠다.

스페인 독감, 흑사병, 콜레라 등 세계적인 펜데믹은 어느 정도 사람이 죽어가면 끝을 내었다.

 

하늘이 내리는 인구 감소 작전이라는 펜데믹.

인간이 백신을 만들어 바이러스를 물리친 게 아니라 그들이 물러가 스스로 소멸한 것이다.

 

그들이 소멸할 즈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야 사단이 멈춘 것.

코로나, 얼마나 더 오랜 동안 인간을 괴롭힐 지 사뭇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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