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지리산행기

불무장등~삼도봉~연동골

구상나무향기 2018. 10. 23. 09:43
728x90

 

 

 

 

 

 

 

"10년도 더 되었나?"

아련히 그려지는 그때의 추억

 

칠불사에서 오름 짓을 하며 토끼봉까지 올라

화개재에서 목통골로 내려왔던 숨가팠던 여정의 추억이있었다.

 

*그땐 연동골을 목통골이라 했음

 

벌써 세월은 흘러 그당시 초등학교 딸래미는

어느덧 아가씨가 된 시절의 추억.

 

바로 10년 전 연동골 산행이었다.

 

 

 

 

 

 

 

 

 

 

<통꼭봉가기 전 조망터에서 본 칠불사>

 

 

 

 

칠불사는 남부능선 중  길고 긴 골짜기와 능선을 품고있는

지리산 최고의 산 중 사찰이다.

 

칠불사을 기준으로

좌측 불무장등 능선, 우측 토끼봉 능선

 

그 중심, 길고도 긴 원시림의 골짜기가 바로 연동골이다.

 

 

 

 

 

 

 

 

 

 

지리산을 넘나드는 수많은 꾼들 중.

연동골의 거친 숨길을 맛 본 산꾼은 드물다.

 

그 속살을 제대로 본 산꾼들이 많지 않은 이유.

험할 뿐더러 그리고 지리산 계곡 중 만만찮은 뻗음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5km 길이의 연동골

 

 

 

 

 

 

 

 

 

 

하지만 계곡 주위로 난 길은 제법 유순해서 3시간이면 걸음이 가능한

나름 순한 길을 가진 자비스런 계곡이다.

 

하지만 계곡치기로 오른다면?

 

'난다 긴다'하는 꾼들이 수두룩한데도

연동골은 아직 터부의 골짜기다.

 

 

 

계곡은 길고 길어

수많은 악의적 분노와 극함을 품고있기에 접근하기가 어려운 곳이다.

 

미답의 장소,

구태여 들어가서 "내가 낸데"라는 민망한 수식어는 자랑 말자.

 

 

 

 

 

 

 

 

 

 

 

혹자는 자비의 반대는 정의가 아니라 복수라고 하더라

연동골의 자비로움 뒤엔 자연의 복수가 도사리고 있으니

 

늘 지리산에서는 겸손과 자제 그리고 조신해야 할 것이다.

 

뭐 나도 지리산 품에서 죽을 고비

두세 번 겪어 보니 이런 소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만

 

겪어봐야 철 든다는

어른들의 잔소리치레 격언이다.

 

 

 

 

 

 

 

 

 

 

 

연동골의 좌측에 솟은 불무장등 능선은 매우 길다.

대략 목통교에서 불무장등 능선을 타고 삼도봉 끝자락까진 10km 남짓.

 

발빠른 산꾼이 사부 자기 걸어도 최소 4시간 이상은 족히 걸릴

먼 여정이다.

 

단풍에 정신 팔려

나풀나풀 걸어 그랬는지 몰라도 삼도봉에 오르니 7시간이나 넘게

오름 짓을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고 이 길고 긴 능선이 험하다는 게 아니다.

불무장등 능선은 순하다.

 

산죽밭이 가로 막아 자연스레 속도를 제어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 능선은 부드러운 소잔등의 위세다.

 

이름도 불무장등이다.

불무장등이 불교적 어원의 불모장등(佛母長燈)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지는데

 

 

 

 

 

 

 

 

 

 

 

 

불무장등을 비롯해 문바우등 질등 매막등같이

지리산엔 '등' 이름을 가진 봉우리들이 있는데

 

구태여 봉우리라 하지 않고 등이란 이름을 붙힌 건

능선 중 언덕같이 솟아난 지세를 칭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실제 불무장등은

봉우리라기 보다는 부드럽게 넘어가는 곳에 위치한

작은 언덕의 조망터다.

 

 

 

 

 

 

 

 

 

 

 

어째튼 통꼭봉에서 시작하는 오름 짓은 삼도봉까지 완만한 오름세를 유지하며

세월이 가는지 내가 가는지 모를

 

'단풍 유람'의 한갓진 산행으로 변모한지 오래였다.

 

땀방울 먹어가며 극악한 오름 짓을 해야 하는

여타의 지리산 품속과는 사뭇 구분 되는 능선질이다.

 

 

 

 

 

 

 

 

 

 

단풍의 색은 매우 짙어

파란 하늘의 색과 조화되어 마치 피라도 떨어질냥 그렇게 서슬퍼른 붉은빛이다.

 

"누가 핏방울을 흘렸나?"

 

당장이라도 방울진 단풍의 피가 흘러내릴듯 그 색의 강렬함은

너무 짙고 짙었다.

 

 

 

 

 

 

 

 

 

터가 나온다.

사방 주위가 다 단풍나무다.

 

"와 이런 곳에서 야영하면 정말 환상이겠다"라고

탄식을 내뱉고 있는거보면

 

꾼은 꾼이가 보다.

 

터좋고 풍경좋은 곳이면 텐트치고 한뎃잠 잘 생각부터 하는거 보면

역시나 팔자가 역마살이다.

 

 

 

 

 

<역마살의 달인>

 

 

 

넋놓고 단풍보고 있는

이 헐랭이 산꾼의 표정을 보시라

 

단풍은 역대급의 색감을 자랑하고 있었다.

 

전날, 지리산 산신령에게

"이쁜 단풍 보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는데

 

기도빨 제대로 받았나보다.

 

 

 

 

 

<단풍앞에 혼이 비정상>

 

 

 

 

정신줄 놓게 만든 단풍 구경 해보자.

 

 

 

 

 

 

 

 

 

 

 

 

 

 

 

 

 

 

 

 

 

 

 

 

 

 

 

 

 

 

 

 

 

 

 

 

 

 

 

 

 

 

 

 

 

 

 

 

 

 

 

 

 

 

 

 

 

 

 

 

 

 

 

 

 

 

 

 

 

 

 

 

 

 

 

 

 

 

 

 

 

 

 

 

 

여기가 불무장등이다.

이름답게 봉우리가 아니라 지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좋은 전망터.

 

여기까지 오는 데 6시간 넘게 걸렸다.

 

 

 

 

 

 

 

 

 

 

드디어 오른 삼도봉.

작년 딱 이맘때 올랐는 데 그땐 능선에 매우 화려한 단풍으로 치장하고 있었지만

 

올핸, 그보다 일주일 정도 빠르게 단풍이 지고 있는듯하다.

 

 

 

 

 

 

 

<삼도봉에서 본 주능선>

 

 

 

화창한 날씨에 저멀리 천왕봉까지 조망되는 최고의 가을 날씨.

 

공활하고 깨끗한 전형의 하늘 그리고 화려한 단풍색.

 

가재복 인생,

복받은 단풍 산행이었음에 산신령께 깊게 감사함을 드린다.

 

 

 

 

 

 

<저 오른쪽 능선이 불무장등>

 

 

 

화개재다.

여기서 밑으로 뻗어내린 길고 긴 골짜기가 바로 연동골.

 

예전에는 목통골이라 불렀는데

지금은 연동골이라 부른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잠시 들머리를 못 찾아 헤매돌다

뚜렷한 등로를 만나 쉽게 계곡까지 내려온다.

 

연동골은 길이 뚜렷한 곳이다.

 

 

 

 

 

 

 

<화개재>

 

 

 

 

연동골의 상단부.

 

화려한 단풍색으로 곱게 치장했다.

아래로는 아직 덜 익었지만

 

이미 상부는 절정의 단풍의 미로 갈아 입은 상태다.

 

늦은 시간에 시작한 계곡 산행.

 

해가 지기 전에 내려가야 했기에

단풍의 색채를 여유있게 느껴보지 못한 건 매우 아쉽다.

 

 

 

 

 

 

<연동골 상부의 단풍>

 

 

 

 

 

 

 

비목나무 가지를 꺽어 이렇게

물통에 넣으면 심신을 안정시켜 주고 정신을 맑게 해준다.

 

비목나무가 가진 향이

물에 스며들어 천연의 차가 되기 때문이다.

 

성질 더러븐 사람들은 자주 마시자.

 

 

 

 

 

 

 

 

 

으름도 한가득.

간만에 먹어보는 먹거리라 입이 즐거운 그날의 산행이었다.

 

그렇다고

머루랑 다래랑 먹어가매 산에서 살 용기는 없다.

 

'나는 자연인'도 팔자가 되야 가능한거

 

나는 산에 살면

딱 굶어죽기 좋을듯 싶다.

 

 

 

 

 

 

<으름>

 

 

 

 

너덜지대가 나타나면 길을 잘 찾아야 된다.

 

길이 갑자기 소멸되기 때문에 아차 어먼 길로 접어 들면

한순간에 산행이 아닌 생존 고투가 되기 때문이다.

 

이럴때 표지기가 아주 요긴한데

 

누군가가 돌맹이를 주워 이렇게 화살표를

표시해뒀다.

 

참 센스있는 산꾼.

덕분에 길을 찾아 들었으니 감사할 다름이다.

 

 

 

 

 

 

 

 

 

이건 더덕같은 산삼이다.

몰디브가서 모히또 한잔하는 시추에이션과 같으니 따지지 말자.

 

내 눈에는 산삼이다.

 

 

 

 

 

<더덕같은 산삼>

 

 

 

시작점이자 도착점인 목통교

 

오전 8시에 시작해

오후 6시10분에 도착했다.

 

감사한 가을 하늘의 찬사가 이루어진 단풍 산행.

 

자랑하고 싶은 단풍의 서사.

사진으로나마 실컨 보고 또 본다.

 

 

 

 

 

 

 

<산행 시작지이자 도착지>

 

 

 

목통교에서 삼도봉까지 7시간

삼도봉에서 목통교까지 3시간

 

총15km, 10시간

 

목통교~뒷당재~통꼭봉~불무장등~삼도봉~화개재~연동골~목통교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