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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마라톤 훈련, 불국사에서 감포 왕복.

by 구상나무향기 2017.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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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 가는길에서...>





"몸이 한해 한해 다르다."


이 말은 핑계가 될 수 있고

또한 사실이 될 수 있다.


해가 달라지면서 자연적 노화로 인해 근력이나 지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음이다.


그러니 몸의 기량은 예전보다 더 못하게 퇴보되는 것.

하지만 달리 표현하면 또 다르다.


계속 노력하고 관리했다면?

되려 한해 다르게 몸의 기량은 더욱 늘어나야 하는게 아닐까



어는 게 맞을까?






<50킬로 완주>





마라톤 경력 어언 10년 차.

벌써 세월이 그리 흘렀다.


많은 우여곡절과 변화 그리고 심리적인 극복을 해야 했던

지난 세월이었다.


그저 얻어지는 건 없다.


노력했고 또 성실히 뛰었다.

그랬기에 10년이 되는 지금도 꾸준히 뛰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작년보다 올해가 더욱 기량이 높아져 있다면

나는 행복할 것이지만


반대로 작년보다 기량이 떨어져 있다면

나는 우울할 것이다.




<불국사 주차장>





대회 참여가 줄어든 올해다.

그래서인지 내 기량에 대해서는 나도 잘 알지를 못한다.


드문드문 참여한 대회와 그리고 몇 번의 훈련을 통해서

기량이 안정적이란 평가를 하지만


줄어든 대회 참여만큼 그 공백 기간을 스스로 관리해야 하기에

태만과 자만 그리고 게으름 속에서 기량이 퇴보되지 않았을까 내내 걱정하고 있던 차였다.


더군다나

올여름은 더워도 너무 더워 도저히 훈련을 소화할 엄두가 나질 않았기에 더더욱 그랬다.


짧은 산행이나 단거리 달리기, 수영장에서 훈련을 통해

나름 체중을 조절하며 컨디션을 유지했지만 나름 만족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불국사에서 양북면까지>





저번 주, 천황산 17킬로라는 짧은 훈련을 했지만

많이 부족한 느낌.


순천만울트라마라톤대회를 신청하곤 50킬로 훈련을 지금 해야 한다는

다급한 사정이 생겨버렸다.


9월 9일이 대회이기에 지금쯤 장거리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면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마침 날씨가 도와준다.


무더위가 한풀 꺾여 나름 시원해졌다는 판단에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불국사에서 감포까지 뛰어볼 요령으로 새벽밥을 먹고 길을 나선다.


늘 그렇지만

생각하면 행동으로 이어진다. 망설임 따윈 없다.





<양북면에서>




불국사에서 토함산 석굴암까지 꼬불꼬불 올라가는 길은

그야말로 고역의 길이다.


불국사에서 감포 가는 갈림길까진

5.5km


이게 올라갈 때, 그리고 내려올 때 다 힘들었다.


특히나 감포에서 역으로 구곡간장 진 길을 올라올 때는 무덥고 힘들어

쎄를 쏙 빼곤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소위 '혼이 비정상' 지경이었다.


불국사에서 양북면까지는 18.8km

daum 지도에서 미리 그어 본 거리와 정확히 일치했다.


여기서 감포로 갔다가

문무대왕릉에서 다시 양북면으로 돌아오면 막대 풍선마냥 코스가 형성된다.


총 55킬로


나는 50킬로가 목적이지만 최종까진 55킬로를 소화해야 할 머나먼 여정이다.





<양북온천에서 좌측 감포로 갔다가 감은사지에서 돌아왔다>





불국사에서 꼬불대는 길고 긴 길을 내려와

한수원을 지나 양북에서 감포까지 쉬지 않고 뛰었다.


감포 해안에서 다시 (문무대왕릉)감은사지터까지 쉼없이

역시나 뛰고 또 뛰었다.


배낭 속 먹거리는

사과, 복숭아 그리고 물 한병이 전부였다.


오늘 무진장 흘릴 땀을 생각해 마트가 보이면 물부터 사서 마셨다.





<감은사지 삼층석탑>





감은사지터부터  양북면까지는

길고 긴 직선의 주로.


이제서야 땡볕이 내리 쬐기 시작한다.


그나마 한풀 꺾인 더위지만 뛰는 사람의 입장에선 체감 온도가 있기에

나름 후덥하고 무더웠었다.


무엇보다 지루한 끝도 없는 일직선 도로가 보여주는

'지루한 고립감'은 마라톤하면서 겪고 또 겪는 일이지만

늘 적응이 안된다.


이걸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참으로 대단하다고 인정하는 바다.

극복하고 또 인내하는 방법 외엔 달리 있을게 없지만


"내가 이 고생을 왜 하지?"라는

자괴감이 가장 크게 들 때가 바로 이때다.











양북까지 가면서 "혹시 마트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

내내 걱정을 했었다.


무더워 마실 물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불국사에서 양북까지 마트가 없었기 때문에

돌아갈 때도 마트가 없음 물부족 때문에 낭패다.


내심 조마조마 했는데


다행히

우려와 달리 대형 마트가 반겨주는 것이 아닌가.


물과 초코바 그리고 음료수 캔을 몇 개

사서는 입으로 곧장 털어 넣다시피 쏟아부었다.





<양북 마트>




여기까지가 36킬로.


이제 14킬로만 더가면 목적한 거리를 채울 수 있다.


시간까지 나름 여유가 있어 50킬로를 8시간에 완주하는데는

기량이 안정적이란 판단이라 나름 흐뭇했었다.


기량이 떨어져 있지 않았나 내내 걱정을 했는데

사뭇 다행이다.






<어설픈 런너>




한수원을 지나 길을 놓쳐버렸다.

사실 한수원에서 불국사로 가는 4번 국도를 타고 뛰어갔어야 했는데


실수로 오전에 그 길고 긴 구곡간장같은 석굴암 올라가는 길로

접어 들었기 때문이다.


아차차차차차차.....


다시 돌아갔어야 했지만

멍청한 오기로 "가보자 까짓꺼"하는 심정으로 올랐는데

역시나 후회막급이다.


이 시간부터는 정오!

해가 중천에서 나를 말려버릴듯이 강렬한 열기를 품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길고 긴 오르막을 올라가면서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또 흘러가 버렸다.


충분히 도착해도 할 시간이었지만 이건 불가항력의 일.

도저히 목표했던 8시간 안에 50킬로를 완주하기란 역부족이었다.


올라도 올라도 어찌그리 멀고도 먼지.


"아이고야~~~~~내가 미쳤지"








드디어 석굴암으로 올라가는 갈림길,

정확히 50킬로 지점에 도착했다.


시간은 8시간 30분.


44킬로 지점부터 하염없이 걷고 또 걸은 덕분에

시간은 느려지고 말았다.







<맛이 갔다. 혼이 비정상>





고생하면서도 웬지 뿌듯한 느낌.

그래도 기량은 퇴보 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그제야 살며시 스며든다.


나름 안정적인 페이스와 기복 없는 마라톤을 즐겨봤기 때문이다.

한수원에서 불국사로 일직선 주로로 뛰어왔다면 더욱 빠르게 도착했을 터이지만

미련은 없다.


이건 훈련이기 때문.


이제 9월 9일 순천만 대회를 목표로 컨디션 조절에 더욱 조심해야할 시기다.


나름 심적으로

이리저리 고민하고 또 스트레스가 가중될 시기인지라


이런 돌파구라도 없으면 참으로 힘든 시간들이 아닐지 싶다.


누가 나를 아는가?

그리고 나를 누가 위로해 주겠는가?


그저 내가 안고 가야할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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