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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일반산행기

자수정동굴나라~신불공룡능선~간월재~홍류폭포

by 구상나무향기 2017.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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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정동굴나라 주차장>




"이런 아무 것도 안 보이네"


후덥한 열기와 축축한 습기 덕분에 땀은 비가 되어 흘러내리고

중턱에 내리 앉은 안개는 시야를 덮어 버렸다.


공룡능선 중턱에 앉아보니 사위는 안개 속.

어려움을 겪고 올랐는데 아무것도 안 보이니 투덜댈 수밖에 없음이다.


오늘 오른 이곳, 신불산 공룡능선이다.






<'언젠가 오를 곳' 신불산 공룡능선>





역마살 낀 자의 일요일은 늘 공허하기 그지 없다.

뭔가를 움직이고 활발히 몰두하지 않으면 안되는 어떤 병이 걸렸는지 싶을 정도다.


"움직이지 않으면 죽었다."

역마살도보족의 생활 철학이자 신념이다.


즉, 살아 있음을 느끼는 건 내 몸의 반응에서 알 수 있다.


심장 박동의 힘참

근육의 활동성

후끈한 땀내음


이게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들이다.










가벼운 배낭

먹거리는 샌드위치 하나.


조촐한 먹거리에 물만 가득 채웠다.


이곳엔 물이 없기 때문이고

나는 잘 먹지 않기 때문이다.


8~9시간 산행에도 김밥 한 줄 제대로 먹지 않고 산행하는 건

예사로 한다.


자랑이 아니라 그게 내 산행 스타일이다.

이것저것 챙겨서 먹고 노는 건 절대 내 체질의 산행이 아니다.


뛰고 걷고 땀 풀풀 흘리며 심장 박동의 즐거움을 느껴야

산행다운 산행이라 여기는 개고생 체질.


각자의 철학이니 대충 귀등으로 듣자.








사실 신불산 공룡능선이나

설악산 공룡능선 그리고 천성산 공룡능선 등


길이 오름과 내림이 심하고 밧줄 구간이 많아서 그렇지

릿지 코스 만큼이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하거나 살벌한 코스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릿지 구간은 타지 못한다. (나도 겁 많다)


*다만, 비 올 때는 가지 말자 매우 위험한 길로 바뀐다.


신불산 공룡능선, 오름과 내림이 늘 맞지 않아

'언젠가 오를 곳'이란 염원의 대상으로 놓아두었던 코스.


한갓진 어느 일요일,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진다.





<썬크림은 곧 지워졌다>




시작부터 땀은 비오듯 쏟아진다.

아예 줄줄 흐른다.


개인적으로 그다지 땀을 많이 흘리지 않는 체질인데도

그날 엄청나 게 흘렸다.


후덥무덥한 습기와 그리고 30도 이상의 기온.


땀을 안 흘릴 수 없는 환경이었다.

중턱까지 내리 앉은 산안개 덕분에 더욱 습도는 가중되었다.





<헬기장>





자수정동굴나라 주차장에서 신불산 정상까지는 3.9km.

3시간 걸렸다.


구간이 험할뿐더러 허벅지 근육의 압박이 심한 곳이기에 쉽게 지친다.


특히나 무더워 사람 진을 다 뺀 상태라서 그런지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그래도 남는 게 시간밖에 없는데 뭔 걱정이겠는가" 싶었는데


신불산 정상 오른뒤,

그냥  가장 빠른 코스로 하산 하고 싶었다.


의욕은 급전직하로 상실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협박성 안내 문구는 계속해서 나타난다.

사실 크게 위험하지는 않은 구간이다.


다만, 비 올 때는 미끄럽기에 위험하다.

밧줄 구간이 군데군데 있긴 하지만 성인 남성이 못 오를 정도는 아니다.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바위 구간을 오르지 못하는 여성들은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자.


딱이 어렵거나 무서운 구간은 없지만

체력은 상당히 소모되는 구간이다.






<우회구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일단 우회 구간으로 오르기로 했다.


사실 안개 때문에 시야는 제로.

또한, 비가 와 매우 미끄러운 상태라 바위를 오르기란 다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마른 부분이 드러난 마지막 구간에서부터 공룡능선에 다시 붙었다.

사실 거기가 더 하이라이트이기도 했지만


조망이 거의 없어 구태여 미끄러운 부분을 오를 필요는 없었다.

 

 


<우회구간>

 

 

 

 

그리고 공룡능선이라 지칭하는 곳은 

특정 지점을 의미하는데


신불산 공룡능선 구간은 전체 등로 중 일부분이다.

 

자수정동굴나라~신불산으로 오르면

공룡능선 구간은 1/3 정도 해당된다.

 

 

 

 

 

<전체 지도>










신불산 500m 직전,

사실 여기가 전체 공룡능선 중 제일 하이라이트 코스다.


풍경이 가장 으뜸이기 때문이다.


바닥도 마른 상태

여기서부터는 공룡능선으로 오르기로 하였다.


밑구간 공룡능선은

암벽구간이 심하게 젖어있어 걷기에 부담스러워 우회했었다.









역시 이 구간부터는 바닥이 말라있었고

안개는 여기서부터는 걷혀 있었다.


하지만 땡볕이 드러나면서 강한 햇살에

오래 머물지는 못했다.


신불산 정상은 안개에 갇혀 오리무중.


넘실대는 안개를 즐기면서

천천히 정상을 향해 한발 한발 천천히 올라 본다.









지나온 길을 더듬어 보았다.

저 길들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다만, 미끄럽지만 않으면 말이다.


밧줄 구간은 없다.


보다시피 허벅지 근육 압박은 심할 것이다.





<뒤돌아본 길>




신불산 정상을 향해서

여기서부터는 본격적인 암벽 길을 걷는다.


미끄럽지 않기에 성큼성큼 걸어도 부담은 없다.


시야 밑으로 아찔한 절벽.

안개가 가려 오히려 시각적으론 더 안정적이다.


여기서부터는 밧줄 구간도 없다.








기가 막힐 정도의 후덥한 기온과 습도.

여름 나절 산행은 이때문에 어려운 것이라 하지만서도


몇 해 동안 이렇게 더운 여름날은 당연코 없었다.


작년 여름날, 산행 중간에 위험을 느껴 탈출한 적도 있었을 정도였는데

올해도 역시 인간적으로 너무 덥다.





<너무 덥다>




공룡능선답게 날등은 곤두 서 벼랑 끝의 위협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자칫 실수하면 천 길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구간.


하지만, 눈길만 주지 발길은 안전한 곳을 확보하고 성큼 뛰어오른다.






<저 끝이 신불산 정상>



드디어 신불산 정상.

8시 50분에 시작해 11시 50분에 도착했으니


정확히 3시간 걸렸다.


거리는 3.9km







사위는 안개에 갇혀 드문드문 조망만 잠시 드러날뿐.

간단히 자두 몇 알만 먹고서는 바로 엉덩이를 떨춘다.


허기짐은 별로 없었다.


"하늘아래 땅있고 거기에 내가 있으니"

귀거래사를 흥얼거리며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풀내음을 즐기면서

간월재로 내려간다.










원추리와 좀비비추 그리고 자주꿩의다리가 이곳에선 절정이었다.


터줏대감인 야생화와 그리고 싱그러운 녹음의 빛을 즐기기엔

그래도 여름이 제격이다.







<드물게 피는 흰색 자주꿩의다리>




"아니 이게 뭐야 세상에"


가뭄이 극심했던 지난 시기였지만 그래도 몇 번의 폭우로

제법 수량이 많을 거라 기대했는데


한여름 산 중턱의 샘터는 빠짝 말라있었다.


간월샘이 저렇게 마른건 매우 이례적인데

그만큼 이곳의 가뭄은 심각한 사정이었다.


전혀 해갈되지 못한 경남의 가뭄이었다.





<한여름인데도 말라버린 간월샘>






목도 못 축인 간월샘을 지나

임도로 하산한다.


여러 갈래의 길들을 구상했지만

결국

무더위에 꽁지 쏙 빼고 가장 편안한 길을 선택한 것이었다.


홍류폭포도 볼 겸 알프스시네마 쪽으로 방향을 잡아

임도로 한참을 내려가니 그제야 갈림길에 접어든다.


이 임도로 참으로 많이 걸어본 길이지만

여전히 갈 때마다 지루하긴 매한가지다.









<간월 임도>




홍류폭포는 말만 들었지

아직 가보지는 못했다.


이번 기회에 근처까지 왔으니 들러봤는데

불과 30m 거리다.

 

여기 홍류폭포는 기가 강해 예로부터 무속인들의

기도터로 많이 애용되는 곳이다.

 

홍류폭포 근처 계곡 곳곳에 무속인들의 기도 흔적이 많이 보이는 것도

그때문이다. 간월굿당도 근처다.

 

 



<홍류폭포는 30m>




예상은 했지만 물은 바짝 말라 있었다.


"와..이렇게 말라 버린 적은 아마도 처음이지 싶은데"

옆의 머리 희끗한 중년의 산꾼이 중얼거리듯 하는 말에서 얼마나 지금 가뭄이 심각한지 열실히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착천정의 계곡도 말라 있어 해마다 여름철이면 계곡에 피서객들로 넘처나는 시절과는

판이하 게 틀렸다.


가뭄은 심각했다.

 

 



<말라버린 홍류폭포>




오후 1시 50분경

영남알프스웰컴복합센터 도착.


8시50분 시작해

정확히 5시간 걸렸다.


영남알프스웰컴복합센터 내에 알프스시네마가 있다.




<알프스웰컴복합센터>




건장한 사내들이 암벽 타기를 하고 있었는데


구리빛 근육질의 사나이들이 행하는 암벽타기는

그자체로 하나의 볼거리다.

 

남자들은 대리만족

여자들은 시선만족


 









전체 등로 모습.


짧으면서도 강렬한 구간

신불산 공룡능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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