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마라톤/마라톤대회 참여기

제11회 여수마라톤대회, 풀코스

구상나무향기 2016. 1. 2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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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기 전>



여수대회의 명불허전은 어제 오늘 만들어진 명성이 아니다.


벌써 5번째 도전의 여수대회, 역시나 게거품을 잘잘 흘리면서

뛰어낸 고생과 고통으로 점철된 대회였다.


이미 알고 간 코스다. 그런데도 막상 부딛히니 여실히 드러나는

힘겨움이었다.




<카페에서>




한계를 부르는 버거운 오름질이었다.


몇 해 동안 경험해 본 전력이 있었지만, 결코 이 대회가 가지는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이 '경험'만은 아니었다.


5회 도전, 가장 최악의 기록을 거머쥔 대회가 아니었나 싶다.


인대가 아파 절뚝거리면서 이 대회를 소화해낸 적도 있었는데,

그때 기록이 지금보다 더 나았음이다.


결국, 기량의 저하가 초래한

'나름의 사단'이었다.








한 달 전, 사진전때문에 부단한 시간을 보냈었다.


훈련보다는 개인적인 생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 했기에

실력 증진 보다야 뱃살 증진이 더 쉬웠던 시기였음을 인정하는 바다.


여수대회의 악명 높은 코스에 비례한,

기량의 높이는 오히려 반비례를 그린게 딴은 타당하다 하겠다.




<사진전에 와주신 많은분들 감사드립니다.>



평소 기량에서 20% 이상 절하될 수 밖에 없을 만큼

여수대회의 코스는 악명 높다.


오름 뿐만 아니라 내려가는 일도 힘든 곳이다.


오동도를 돌아나오고 이순신대교를 지나

해안가로 접어들면

풀코스의 단내를 풀풀 풍겨볼 수 있는 천혜의 코스가 드러난다.


사실

이 힘듬이 좋고, 이 힘듬을 즐기기 위해

늘 여수대회를 신청하는 것이다.







돌아올 때였었다. 길고 긴 오르막을 오르며

나직이 읊조렸다.


"다시는 내 여수대회에 참여 하나 봐라."


뜬금없고 하릴없는 푸념은 그렇게

헉헉대는 신음 속에 차곡차곡 토해지고 있었다.


아마 이 푸념은 올해로 벌써 5번째로 기억된다.


지금까지 늘 그랬고, 또 그래 왔지만

내년, 6번째 푸념을 되풀이 하고 싶진 않다.


뭐,

머리속 신념이 과연 얼마나 오래 갈런지는 나 자신도 모를일이지만.




<간신히 완주했다>


기량 저하가 훈련의 게으름이란 걸 누구보다 절실히 느낀 대회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면,

좌절은 성공의 스승이라고 말하고 싶다.


해마다 여수 대회를 토대로 좋은 자극을 받게 되는데,

그만큼 여수 대회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하겠다.





<뱃살 보충은 삼겹살이 최고야~>




3월24일 세종100km울트라마라톤대회를 올해 첫 대회로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나름의 훈련을 통해 기량 저하가 되풀이되질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늘 해왔기 때문에 쉬운 게 아니다.

늘 어려운 게 마라톤이고, 매번 혹한 고생을 이어가는 것 또한 마라톤이다.

지금껏 해왔기에 그나마 고비를 넘기는 것일 뿐이다.


처음 뛰었을 때,

그 어려움의 순간을 늘 기억한다. 


그런데 해를 거듭할수록 나아지기 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할 뿐이다.




<표충사>



종교의 위안이 실력을 담보하지 않을터지만


그래도

표충사, 천수관음전에서 108배의 치성을 들여 보았다.


운문사에서 저녁예불도 드리고

나름 부처님에게 애교의 몸짓을 날려보지만, 무뚝뚝한 부처님의 인상은 늘 변함이 없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열심히 뛰고 또 뛰는거 외에 뭔 답이 있을텐가.




<완주의 순간>




인생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

우매한면서도 진지한 질문일지 모르겠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뜻밖에 간단하다.


'행복'


누구나 이 행복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또 헌신한다.


그런데 이 행복은 결코 누가 만들어 나에게 쥐여주는 게 아니란 걸

모두 다 안다.


결국, 내가 만들어가야 한다.







인생이 어디 쉬운가

그나마 지금껏 견뎌 왔기에 고비를 넘기는 것일 뿐이다.

마라톤이나 인생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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