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기 전>
여수대회의 명불허전은 어제 오늘 만들어진 명성이 아니다.
벌써 5번째 도전의 여수대회, 역시나 게거품을 잘잘 흘리면서
뛰어낸 고생과 고통으로 점철된 대회였다.
이미 알고 간 코스다. 그런데도 막상 부딛히니 여실히 드러나는
힘겨움이었다.
<카페에서>
한계를 부르는 버거운 오름질이었다.
몇 해 동안 경험해 본 전력이 있었지만, 결코 이 대회가 가지는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이 '경험'만은 아니었다.
5회 도전, 가장 최악의 기록을 거머쥔 대회가 아니었나 싶다.
인대가 아파 절뚝거리면서 이 대회를 소화해낸 적도 있었는데,
그때 기록이 지금보다 더 나았음이다.
결국, 기량의 저하가 초래한
'나름의 사단'이었다.
한 달 전, 사진전때문에 부단한 시간을 보냈었다.
훈련보다는 개인적인 생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 했기에
실력 증진 보다야 뱃살 증진이 더 쉬웠던 시기였음을 인정하는 바다.
여수대회의 악명 높은 코스에 비례한,
기량의 높이는 오히려 반비례를 그린게 딴은 타당하다 하겠다.
<사진전에 와주신 많은분들 감사드립니다.>
평소 기량에서 20% 이상 절하될 수 밖에 없을 만큼
여수대회의 코스는 악명 높다.
오름 뿐만 아니라 내려가는 일도 힘든 곳이다.
오동도를 돌아나오고 이순신대교를 지나
해안가로 접어들면
풀코스의 단내를 풀풀 풍겨볼 수 있는 천혜의 코스가 드러난다.
사실
이 힘듬이 좋고, 이 힘듬을 즐기기 위해
늘 여수대회를 신청하는 것이다.
돌아올 때였었다. 길고 긴 오르막을 오르며
나직이 읊조렸다.
"다시는 내 여수대회에 참여 하나 봐라."
뜬금없고 하릴없는 푸념은 그렇게
헉헉대는 신음 속에 차곡차곡 토해지고 있었다.
아마 이 푸념은 올해로 벌써 5번째로 기억된다.
지금까지 늘 그랬고, 또 그래 왔지만
내년, 6번째 푸념을 되풀이 하고 싶진 않다.
뭐,
머리속 신념이 과연 얼마나 오래 갈런지는 나 자신도 모를일이지만.
<간신히 완주했다>
기량 저하가 훈련의 게으름이란 걸 누구보다 절실히 느낀 대회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면,
좌절은 성공의 스승이라고 말하고 싶다.
해마다 여수 대회를 토대로 좋은 자극을 받게 되는데,
그만큼 여수 대회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하겠다.
<뱃살 보충은 삼겹살이 최고야~>
3월24일 세종100km울트라마라톤대회를 올해 첫 대회로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나름의 훈련을 통해 기량 저하가 되풀이되질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늘 해왔기 때문에 쉬운 게 아니다.
늘 어려운 게 마라톤이고, 매번 혹한 고생을 이어가는 것 또한 마라톤이다.
지금껏 해왔기에 그나마 고비를 넘기는 것일 뿐이다.
처음 뛰었을 때,
그 어려움의 순간을 늘 기억한다.
그런데 해를 거듭할수록 나아지기 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할 뿐이다.
<표충사>
종교의 위안이 실력을 담보하지 않을터지만
그래도
표충사, 천수관음전에서 108배의 치성을 들여 보았다.
운문사에서 저녁예불도 드리고
나름 부처님에게 애교의 몸짓을 날려보지만, 무뚝뚝한 부처님의 인상은 늘 변함이 없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열심히 뛰고 또 뛰는거 외에 뭔 답이 있을텐가.
<완주의 순간>
인생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
우매한면서도 진지한 질문일지 모르겠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뜻밖에 간단하다.
'행복'
누구나 이 행복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또 헌신한다.
그런데 이 행복은 결코 누가 만들어 나에게 쥐여주는 게 아니란 걸
모두 다 안다.
결국, 내가 만들어가야 한다.
인생이 어디 쉬운가
그나마 지금껏 견뎌 왔기에 고비를 넘기는 것일 뿐이다.
마라톤이나 인생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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