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시간 20분만에 도착한 노고단고개>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가랭이가 찢어질까 ?
이 말에 대한 고찰을 온몸으로 체험해보았다.
결론은 ?
역시 찢어지더라
한마디로 개고생도 참 지랄맞을 수준으로 한것 같다.
J3클럽의 산짐승적 행위도 하는사람이나 하지 어설픈 사람이
덤벼들었다가는 가랭이가 찢어진다는 간단한 논리를 몸소 경험해본 바다.
"더럽게도 머네"
공허히 내뱉는 이말에 모든 회한이 다 들어가 있을듯 싶다.
31시간도 모자라 20분이 더 소요된 오욕의 시간에서 과연
어떤말을 꺼집어 낼 수 있을까
<천왕봉이 아득하다. 저기서 다시 돌아와야 한다>
노고단고개에서 천왕봉의 실루엣이 아득하기만 하다.
날씨한번 좋았다.
천왕봉 25.5KM
왕복하면 51KM 나온다. 여기서 성삼재 왕복을 포함하면 56KM다.
난이도는 어떤 수준일까 ?
평소 당일종주로는 많이 넘어갔지만 이렇케 되돌아 오리란 생각은 전혀 해보지 못했다.
오래전 지리산 왕복종주를 시도하는 '아주 미친사람들'이 있다는 애기를 간혹
들었을뿐이지 그걸 한다는 사람을 직접 만나보진 못했다.
하지만 산행기는 인터넷에 남아 있어 살펴 보았다.
14시간 혹은
22시간 늦어도 24시간
J3클럽의 산짐승 회원들이 아니라면 가히 생각해보질 못할 시간대다.
100KM 울트라마라톤으로 따지면 거의 UNDER10의 위력이다.
<토끼봉>
본인의 수준은?
예전 비박장비 모두 짊어지고 당일 종주를 해본적이 있었다. 그때 12시간이 걸렸던 기록이 있고보면
가벼운 짐을 지었다면 충분히 10시간만에 천왕봉에 도착하리란 계산이 선다.
그리고 돌아올때의 고단함을 생각한다면 약 12시간
도합 22시간에서 24시간 정도
아님 최소한 26시간 안에는 성삼재로 차 가지러 올 수 있다는 계산으로 시도해봤다.
<연하천대피소>
하지만 계산은 빗나갔다.
그건 자만이였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겼는데 바로 컨디션이 발목을 잡고 말았다.
금요일 까지 사실 몸이 뻐근하고 나른해서 상쾌하게 출발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산행내내 몸이 무거워 진을 뺐다.
이는 예정된 시간보다 내내 늦게 도착하는 이유가 되고 말았다.
또한 돌아올때는 장터목산장에서 급히 먹은 라면이 체해서 산행중 토하기까지 했었다.
속이 불편해서 내내 고생했는데 그때문에 진도가 더욱 늦어졌다.
연하천에서 벽소령까지는 참 지루한 구간이다.
거리는 짧은듯 싶은데 쉬이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구간이다.
돌아올때 역시 이구간에서 느끼는 지루함이 가장 심했던것 같다.
바지를 동동 걷고 쎄를 길게 빼내 보지만 더운건 더운거다.
고산지대의 능선이지만 다가오는 햇볕의 강렬함은 오히려 산아래 보다 더한듯 싶다.
"몸을 부지런히 놀리는 데서 지혜와 순결이 온다.
나태로 부터는 무지와 관능이 온다.
깨끗지 못한 사람은 열이면 열 게으른 사람이며,
난로 옆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이며,
해가 떠 있는데도 누워 있는 사람이며,
피곤하지도 않은데, 휴식을 취하는 사람이다. "
" 헨리 데이빗 소로우 "
장터목에 이르니 이미 어둠이 짙게 내리앉았다.
생각보다 많이 지치고 힘든 상태였음이다.
당일종주때 보다 컨디션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이제 돌아가야 한다. 아침 출발했던 바로 그장소로 말이다.
하지만
천왕봉에서 불끈쥔 주먹은 결국 촛대봉을 넘지 못하고 좌절에 이른다.
결국 연하선경 어디쯤에서 불편했던 속을 달래야만 했었다.
어두운 밤중 풀숲에 몸을 누여 그렇케 눈을 붙히기도 했는데
정말 산짐승이 따로 없었다.
<인산인해였던 장터목대피소>
결국 더이상 진행하지 못하고
세석대피소의 좁은 취사장에 들어가 맨땅에 그대로 웅크리고 잠을 청했다.
1시간 30분쯤 잠좀 들었을까
추워서 결국 선잠만 들다가 서둘러 출발하는 사람들 때문에 결국 자리를
비켜줘야만 했다.
아무런 보조장비 없이 시멘트 맨땅에서 자는 비박이 제대로 될리 없다.
너무 추워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지경이였다.
이때부터 극기의 체험이 가장 극에 달할 싯점이였다.
선비샘에 도착쯤 졸음이 극에 달한다.
결국 벽소령 가기전 맨땅에 그대로 잠을 청하고 말았다.
벽소령까지 오는 도중 숲속에서 웅크리고 자는 쪽잠만 서너번을 했으니
졸음에 대한 극기력은 많이 부족했음을 인정해야 할듯 싶다.
다행히 부상은 없었고 근육에도 문제가 없었다.
다만 잠에 대한 극복력이 부족했음이다. 적어도 4시간 정도는 지체한듯 싶다.
예상시간 보다 훨씬 더 늘어진건 바로 이때문이다.
사실 벽소령까지 와서 탈출은 의미가 없는것이 아닌가
이를 악물고서라도 성삼재까지 가는거외에는 달리 방법도 없다.
참자...또 참자...
연하천까지 올라가는 그길이 왜 그리 늦고 힘든지 모르겠다.
지루함의 극치라 할까
산에서의 1km가 이렇케 멀수가 있는가..
전날에 비해 능선은 구름에 가리워 내내 어두웠다.
더위는 조금 덜해 다행이였지만
습도는 더욱더 증가해 무덥기는 매한가지였다.
혀를 길게 내어 빼어본다. 땡칠이가 따로 없다.
표정을 보면 아직은 죽을상은 아닌상 싶다.
<연하천대피소>
화개재에서 삼도봉까지는 소위 550계단이 버티고 있는 마의구간대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의외로 잘 올랐다.
비록 천천히 올랐지만 쉬지 않고 한번에 올랐으니 오름이 내려가는거 보다 쉽다는 거야
해보면 알 수 있을것이다. 지치고 힘들때 오히려 오르는게 더 편했음이다.
뭐 거창하게 대비되는 수준은 아니라도
인생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오름이 힘든건 니인생이고
오름이 편한건 내인생이다.
지금 개고생하고 있는 인생은 내인생이고
혀를 끌끌차며 바라보는건 니인생이고
그정도가 개고생이냐며 웃고 있는것 또한 다른자의 인생일 수 있으니
너의 인생 그랬다고해서
내인생도 그렇다는건 아니다.
돼지평전에서 노고단고개길이 그렇케 멀었는가 싶다.
지치고 몹시도 힘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할만했다.
아파서 못가겠다라는게 아니라 지쳐서 힘들었다가 정답이였다.
골골 거리면서도 악착같은 집착
어찌보면 인간의 욕망은 그어떤것보다 우선할 수 있으며 또한 어떤 감정보다
충실할 수 있는 가장 밑바닥의 본능이 아닐지 싶다.
욕망이 있으니 열정도 있고 그열정은 행동을 낳는다.
그리고
행동은 결과를 낳는법이다.
도착한 노고단고개....31시간 20분
도저히 만족할 수 없는 시간이다. 변명이야 갔다 붙히면 될터이지만 못한건 못하거다.
뭔말이 필요한가....
무박으로 완주한 지리산 왕복종주
아둔한 시간이지만 그래도 해내지 않았는가
일단 이정도에 만족하자
다시 도전장을 내밀때가 있을것이다.
조금더 나 자신을 훈련시킨 다음 다시한번 시도 해 볼것이다.
세월이 어디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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